'공유기업 스타' 위워크 노이만이 욕먹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0.26 09:10

['썰'푸는 국제부 기자들] 기업가치 35조 날아갔는데 2조 보너스?…2000년대 초 닷컴버블의 재현일까

"세상에 어떻게 회사를 땅바닥으로 내팽개쳐놓고 자기는 그렇게 많은 돈을 챙길 수 있는 건가. 역대급 사기꾼이다."


익명을 요구한 위워크의 한 간부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아담 노이만을 두고 한 말입니다. 한때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공유사무실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로 불렸던 위워크를 창업한 노이만이 어떻게 한순간에 직원들로부터 '사기꾼' 소리를 듣게 됐을까요.



'공유경제의 신화'에서 '역대급 사기꾼' 전락한 노이만?


아담 노이만 위워크 전 CEO. /사진=AFP

노이만은 2010년 위워크를 창업했습니다. 작은 아기 옷가게를 운영하던 노이만은 임대료가 비싼 뉴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건물을 장기 임차한 뒤 이를 사무공간으로 재단장해 스타트업 기업에 빌려주는 공유 오피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특히 위워크의 공유사무실은 막 사업을 시작하는 신생 기업들에 인기가 많았습니다. 일일이 업무 공간을 찾고, 임대료를 협상하고, 입주 후 해당 사무실을 인테리어 할 필요없이 만들어진 사무실에 들어오기만 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무실 임대와 다르게 한 달 단위로 사무실을 빌릴 수 있게 한 것도 사업 초반 변동이 많은 신생 기업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융통성 있는 단기임대계약 방식이 도리어 위워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위워크가 건물을 빌릴 때는 15년 장기계약을 맺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은 무려 한해 470억달러(약 55조원)입니다. 반면 입주사들의 평균 임차기간은 15개월에 불과합니다. 매해 나가는 고정지출에 비해 매출은 매달 공실률에 따라 들쑥날쑥 불안정한 것입니다.

사업 초반 '공유 오피스' 문화를 이끌면서 전세계 111개 도시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벌인 위워크의 적자는 쌓여만 갔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18억2000만달러(약 2조1740억원)이었는데 순손실은 이에 맞먹는 16억1000만달러(약 1조9200억원)에 달했습니다. 수익은 늘지 않고 투자는 많이 하다보니 위워크가 보유한 현금은 올 상반기 말 기준 9억달러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마저도 다음달 중순쯤 바닥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 위워크는 주식 상장을 통해 현금을 끌어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식이 상장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업이 낱낱이 공개된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준비 서류를 내면 기업의 모든 기본적 사업, 재무 정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됩니다. 만성적인 적자와 바닥난 현금 보유액이 공개되면 기업가치가 너무 낮아질 것을 우려한 위워크는 결국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게 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고 있던 위워크는 IPO 직전 470억달러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장으로 기업의 재무정보가 일반에 공개되면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15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로이터는 "위워크가 대폭 낮아진 몸값으로 상장하면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막대한 평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번도 순이익을 내 본적 없는 위워크가 저렇게 엄청난 액수의 기업가치로 평가받게 되었을까요? 이를 보기 위해선 또 다시 위워크가 창업될 때 즈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소프트뱅크 투자끼자 기업가치 급등… '닷컴버블'의 재현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위워크 공유 사무실. /사진=로이터

사업을 시작하려면 적든 많든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작게는 부모님 혹은 주변 친지들을 통한 패밀리 펀딩에서부터 벤처캐피탈 투자기관들과 같은 외부 기관들을 설득하는 등 투자를 끌어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스타트업들은 사업 초반에 투자금 확보를 위해 여러 번의 투자 펀딩 라운드를 거칩니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은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얼마나 투자를 할지 결정을 하게 됩니다.

각각의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는 외부 투자기관들은 매번 이들 기업가치를 재산출합니다. 이들은 입증된 시장 규모, 연매출, 경영진 구성 현황 등 다수의 투자 요소들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매깁니다.


문제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와 같이 기존에 전례가 없던 신사업의 경우 평가의 근거가 되는 정보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례 없는 기술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금융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존의 성과보다는 잠재력이 평가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대형 투자자가 끼는 순간, 기업 가치 산정의 객관성은 당연히 더욱 흐려질 겁니다. '전세계 벤처캐피털 운영 자산의 27%를 차지하는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투자한 곳이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투자가 몰리고 기업가치는 껑충 뛰게 됩니다. 비전펀드가 어느 기업에 투자하는지가 항상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 역시 소프트뱅크 투자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가 위워크에 44억달러를 투자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최대 호텔체인인 상하이 진장 인터내셔널이 위워크의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적 기관 투자자, 그것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위워크의 기업가치를 200억달러로 평가하며 투자에 참여하자 위워크의 가치는 크게 올랐습니다. 바로 다음해 열린 투자라운드 시리즈 H에서 위워크는 기업가치가 두배 이상 뛴 470억달러로 평가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공유경제 붐이 일자 관련 기업이 쉽게 투자를 받아내는 모습이 2000년대 초 너나 할 것없이 인터넷기업에 투자했던 모습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요즘 스타트업들은 초반에 쉽게 수십억달러 투자를 받아내면서 영웅 대접을 받지만, 정작 증시 상장을 앞두고 수익 모델을 검토해보면 실제 기업 가치가 크게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룸버그 역시 "기관투자자와 스타트업 간의 힘의 동력이 완전히 역전됐다"면서 "스타트업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서로 자금을 대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전했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AFP

손정의 회장은 즉흥적인 투자방식으로 유명합니다. 노이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한시간 반을 늦은 손 회장이 "내게 12분밖에 없으니 설명은 됐다. 투자 조건만 제시하겠다"고 말한 일화도 전해집니다.

결국 위워크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인수됐습니다. 지난 22일 소프트뱅크는 총 95억달러의 자금을 위워크에 투입해 지분 80%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6조원 넘게 위워크에 투자한 소프트뱅크가 이는 매몰비용임을 고려하지 못한 것일까요, 위워크의 잠재력을 여전히 믿고 있는 것일까요.

이 과정에서 쫓겨나다시피 CEO 자리에서 물러난 노이만은 2조원 가까운 돈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에 위워크 지분을 팔아 10억달러를 챙기고 추후 4년간 자문료 명목으로 1억8500만달러까지 받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노이만은 지난 2017년 10월 회사 가치가 높게 뛰자 자신의 지분을 몰래 팔아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개인 제트기나 럭셔리 주택, 마약 등을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위워크 직원들은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습니다. 전체 직원의 13%인 2000명이 구조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위워크는 그간 이들의 퇴직금을 충당하지 못해 구조조정을 연기해왔습니다. 이들이 노이만을 '사기꾼'이라 부르며 분노한 것은 어찌 보면 회사 가치가 갑자기 뚝 떨어지자 빠르게 자신의 지분을 팔고 손을 털어버린 그간의 책임감 없는 노이만의 경영태도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새로 임명된 마르셀로 클라우레 CEO는 소프트뱅크의 일본 도쿄 본사를 위워크 사무실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향후 소프트뱅크 해외 지사도 위워크 사무실로 본사를 옮길 예정입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로 기업가치가 껑충 뛰어버려 결국 상장에 실패한 위워크, 또 다시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발판으로 기업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함께 일한다'라는 위워크(WeWork) 사명과는 달리 창업자 노이만이 '혼자 벌었으니 튄다'(I earn and run awy)는 투자전문가들과 공유산업 업계의 사기꾼 비아냥은 잦아들까요.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워크의 정상화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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