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여자친구인 이씨가 다쳤을 경우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김씨는 기명피보험자(차량 소유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씨는 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자기신체사고' 담보에서 모두 보상받을 수 없다.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은 자동차 사고로 타인이 죽거나 다쳤을 때 보상하는 담보다. 보상한도는 사망 시 최고 1억5000만원, 후유장애 시 최고 1억5000만원, 부상 시 최고 3000만원이다. 하지만 차량 소유자 본인이나 기명피보험자(차량 소유자)로부터 차량의 사용을 허락 받아 직접 운전하거나 동승한 사람은 타인으로 인정되지 않아 이 담보에서 보장되지 않는다. 김씨는 아버지로부터 사용을 허락 받아 동승해 있던 상태였으므로 부상으로 인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는 차 사고로 타인을 다치거나 사망하게 했을 때 손해보상금액이 '대인배상Ⅰ' 보상 범위를 넘어설 경우 이를 충당하기 위해 가입하는 담보다. '대인배상Ⅱ'도 차량 소유자나 가족(부모·배우자·자녀), 차량 사용을 허락 받은 승낙피보험자는 약관상 면책사항으로 규정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김씨는 '대인배상Ⅱ'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다.
끝으로 '자기신체사고' 담보로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자기신체사고 담보는 차량 소유자가 부상 당하거나 사망할 경우 자신의 신체 손해를 보상한다. 김씨의 경우 아버지가 '가족한정운전특약'에 가입한 상태다. 가족한정운전특약은 차량 소유자의 부모·배우자·자녀 등 가족이 운전하다 사고가 났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김씨가 직접 운전한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 이씨가 운전을 했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다만 비슷한 사례에서 해당 자동차를 도난 당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김씨의 아버지 입장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진 운전이고, 이씨가 차량을 운전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김씨의 경우에는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는 김씨가 여자친구인 이씨의 운전을 허락했기 때문에 도난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나들이나 여행을 갈 경우 무심코 운전대를 맡기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지인에게 본인이나 가족 차량의 운전대를 맡길 때는 사고가 났을 경우 자동차보험에서 보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 등 운전을 교대로 해야할 때는 일시적으로 운전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단기운전자확대특약’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다만 단기운전자확대특약은 효력 발생이 밤 12시부터라 당일 가입은 불가능해 반드시 운행 전날까지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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