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아베 회담…한일 '소통레일' 놓았다

머니투데이 도쿄(일본)=박준식 기자 | 2019.10.24 13:16

(종합)이총리 일왕 즉위식 참석 계기 단독면담…"한일관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공감, "외교적 의사소통 하자" 합의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총리관저를 나서며 일본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9.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낙연 국무총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4일 오전 11시 12분부터 33분까지 21분간 일본 총리관저에서 단독 회담했다.

한일 관계에 관해 양 총리는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로서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양 총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 총리는 한일관계의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 양국 외교당국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켜 나가기를 촉구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한일관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자"며 전향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 관계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양 총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간 청소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교류가 중요하다는데도 의견을 함께 했다. 이 총리는 레이와(일본 새 연호)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감사를 표시했다.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낙연 총리는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를 거듭 축하하고 태풍 피해를 당한 일본 국민들께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감사를 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국민의 태풍 피해에 대한 위로전을 보내준데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의 정상회담 제안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상회담에 관한 태도는 (한국의 경우) 항상 열려있다"며 "다만 이번 총리 회담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구체적인 양국 문제에 대한 각론 대화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총론 측면에서 진지하고 유용한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졌다"며 "이 총리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국가 약속은 한국이 그동안 잘 지켜왔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부 관계자의 배경설명과 질의응답이다.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24일 일본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 마련된 동행기자단 기자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9.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전달했나.
= 친서는 한 장 짜리로 청와대 문양이 찍힌 봉투에 담겼다. 봉투를 아베 총리에게 회담 마무리 시점에 전달했다. 회담은 인사말을 하고 면담이 이뤄지고, 거의 마무리 시점에서 친서가 직접 전달되는 식으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가 친서를 회담장에서 꺼내 열어보진 않았다. 친서에 대해 아베 총리는 감사를 표했다.

-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 정상 간 소통한 친서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맞지 않다. 다만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니 대략적인 취지는 우선 친서 형식이 한 페이지로 짧다는 것이고, 내용은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할 중요한 파트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양국 현안에 대해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취지라고 보시면 된다. 더불어 일왕 즉위식에 대한 축하와 레이와 시대 일본 국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 일왕에 대해 따로 보낸 친서는.
- 알려진 대로 이낙연 총리께서 이미 전달했다. 일왕에게 보낸 친서는 아베 총리에게 보낸 것 보다 더 짧다. 즉위를 축하하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도모하는 내용이다. 레이와 시대 일본 국민의 번영을 바란다는 것이다.

- 아베 총리가 외교 당국간 의사소통하자고 했는데 실무협상이 추가된 것인가.

= 이낙연 총리가 일본에 방문한 건 총리로서는 첫 번째 방문이다. 아베 총리와는 (이 총리가) 지난 9월 동방포럼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난 7월 일본이 취한 경제보복(수출규제조치) 이후 3개월 이상 지났다. 그동안 (양국 사이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두 총리가 만났고 (회담) 시간도 당초 10분에서 실제 21분으로 늘어나 정식 총리회담으로 규정됐다.

= 그런 걸로 볼 때 7월 이후 어려운 국면이 계속됐는데, 3개월 반 만에 지도자급 회담이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에)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교 당국 간 대화가 중요하지만 양국 간에는 정계도 있고 다양한 채널이 있다. 두 총리가 여러 가지 오고 간 이야기를 짚어봤다고 할까.

= 양 총리가 경색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교당국간 대화를 포함한 소통을 강화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양하게 이뤄진 소통, 대화, 접촉이 공식적인 차원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비공식적으로 간헐적으로 시도된 대화들이 좀 더 공식적으로 정부간 채널을 통해 더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양국 사이의 소통에 관한) 길이 정리되고 레일이 깔리면 그 위에서 이뤄지는 (실무) 대화 협의는 속도가 날 것이다. 그런 희망과 뜻을 담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정상회담에 대한 제안이 이뤄졌는가. 예상보다 회담이 길어졌는데.
= 정상회담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 우리 정부는 그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 있다. 다만 정상회담이 갑자기 이뤄질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실무적인, 정부간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에서 (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적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 양 총리는 회담을 통해 진지하고, 유용한, 의미 있는 의견교환을 나눴다. 그런 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 21분으로 시간이 길어진 결과로 반영된 것이다. 양 총리는 한 문장씩 통역으로 말했다. 표정은 특별히 의미가 있어서 심각했던 것은 아니고, 총리가 방일해 어려운 국면 끝에 총리급 레벨의 회담이 열린 것이니 긴장이나, 엄숙한 자세가 (표정에) 반영됐다고 본다. 분위기가 가라앉았거나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분위기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 발표문을 보면 이낙연 총리는 소통과 교류 촉진을, 아베 총리는 의사소통을 얘기하는데 통상 당국 간 공식 협상이나 외교당국간 구체적인 협의 없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총리가 30분이나 대기했는데.
= 그간 대화와 소통 접촉이 비공식적으로 있었다.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통상당국 얘기는 그들도 회담을 해왔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서 WTO 제소를 (한국이 일본 수출규제조치에 대해) 했기 때문에 그 룰에 따라 양자회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외교당국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양 총리가 이번에 의견 접근을 이룬 사실도 있고 하니 (외교적 소통을) 보다 활발히 하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 강경화 장관이 이에 대한 내용은 말하지 못하겠지만 지소미아는 아직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 게 아닐까. 지소미아로 (일본과) 협상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총리는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조치가 철회된다면 우리 (지소미아 파기) 결정도 제고될 수 있다고 기존에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를 어떻게 하냐를 보는 것이다.
= 이낙연 총리가 회담에 앞서 많이 대기한 것은 의전을 따른 것이라 어떤 사정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바깥에서 보니 취재하면서 (현지 언론들 사이에서) 소동도 있었고,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순차적인) 외빈 (면담) 순서를 빼고 넣고 하는 준비 과정이 있었다. 아베 총리도 중간에 잠깐 이석하고 했다. (대기가 다소 길어진 것은) 그런 차원으로 생각한다. 특별히 기다리면서 (고의로 대기시킨다는) 그런 식으로 느끼거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 양 총리 회담에서 강제징용 관련 얘기가 있었나.
= 각론과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양 총리가) 협의로 들어가진 않았다. 내용에 대해서는 얘길한 게 있지만 강제징용 용어 자체를 썼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현안에 대해서라는 간접적인 표현을 했을 뿐이다.

- 현안 문제를 아베 총리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지.
= 총론 내지는 원칙을 (양 총리는) 말했다. 아베 총리의 기존 입장에 대해 이낙연 총리는 한국이 1965년 협정을 준수했고 앞으로 할 것이라는 의사를 나타냈다.

- 일본 정부가 한국에 요구한 것이 있다면.
= 구체적인 건 아니고, 국가 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말한 것이다. 이것을 요구라면 요구로 볼 수 있다. 이낙연 총리는 이에 대해 우리는 (협약을) 존중해왔고 준수해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는 약속을 안 지킨 게 아니고,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는 프레임이 있어서 기존 공식입장이지만 강조해서 얘기한 것이다. 한국은 (협약을) 존중하고 준수해왔다.

- 앞으로 외교당국 실무협의는.
= 그동안 이낙연 총리 방일에 집중해왔다. 일주일 가량 양국 실무진 사이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1월 초부터 하순까지 국제회의 정상급 레벨의 회담계획은 아직 없는데, 외교당국 실무레벨은 금방 할 수 있고 (이제부터) 해야 한다.

- 과거 우리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친서를 보낸적이 있나.
= 과거 사실은 찾아봐야 할 거 같다. 그리 흔하지는 않다. 한일 간에는 총리보다는 정상회담을 많이 했다. 일년에 4차례 이상 한 적도 있다. 그래서 굳이 친서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친서 교환이 있긴 있었을 것이다. (친서 전달이) 좀처럼 안하는 걸 했다는 느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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