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계속 오른 느낌인데…디플레이션이요?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9.10.26 06:20

[같은생각 다른느낌]물가에 대한 오해와 이해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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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흔히 물가가 높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국내 물가상승률은 60~70년대 15% 수준에서 점점 낮아져 2013년부터 1%대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로 전년 보다 0.4%p 내렸고 올해 9월까지 누계 상승률은 0.4%로 더 낮아졌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지난해 폭염으로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해 3달간 물가상승률이 2% 정도 되자 인플레이션이라고 했다. 올해는 반대로 신선식품 가격 등이 폭락해 물가상승률이 8월 0%, 9월 –0.4%로 낮아지자 디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면서도 여전히 물가가 높다는 상충된 얘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물가상승률이 조금만 변동해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얘기가 나오는 건 물가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다.

◇물가와 물가상승률 혼동이 오해의 시작

보통 물가와 물가상승률을 엄격히 구별하지 않고 혼동해 사용한다. 하지만 물가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며 물가상승률은 가격 변동을 의미한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한 번도 마이너스인 적이 없고 매년 물가는 전년보다 높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경제의 안정성을 따질 때는 현재 물가가 아니라 일정시점 간 물가 변동인 물가상승률을 봐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의 목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다. 올해 서울의 점심 식대가 1만원이고 물가상승률이 1%라면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는 비싸나 물가상승률이 낮은 것이다.

◇물가지수에 비해 체감물가가 높다고 말하는 이유

물가상승률이 낮아도 체감물가가 높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실과 인식의 괴리로 발생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일상 소비생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가격 변동을 측정한다. 현재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중요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을 계산한다. 품목별 가중치는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을 기초로 산정하며 전체 가중치의 합은 1000(1천)이다.


반면 체감물가는 개인별로 가장 쉽게 접하는 음식, 커피 등 일부 품목만 따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내려간 항목보다는 올라간 항목의 영향을 더 받는다. 설령 가격이 떨어져도 과거 가장 싼 시기와 비교하면 내렸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보다 구매량이 늘어난 것을 지출의 증가 뿐 아니라 물가상승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체감물가는 물가지수에 비해 대체로 높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체감을 보는 물가지수 VS 장기추세를 보는 물가지수

체감물가를 엿볼 수 있는 지표로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나오는 ‘물가인식’이 있다. 물가인식이란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2013년 1월부터 월별로 조사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2013~2018년 물가인식은 2.6%로 실제 물가상승률 1.3%의 두 배 만큼 높게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 중에도 체감물가에 가까운 지수가 있다.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가 그것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일반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141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고등어, 사과, 수박, 배추, 아이스크림, 소주, 전기료, 도시가스, 휘발유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품목이 포함된다.

신선식품지수는 생선류·채소류·과실류 3부분의 50가지 품목으로 산정한다. 축산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장바구니 물가에 가까운 개념이며 생활물가지수보다 품목은 적지만 갈치, 배, 열무, 고구마 등을 추가해 조사한다.

반대로 단기적 변동에 민감한 항목을 빼고 장기적 물가추세를 보는 물가지수도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곡물 이외의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여 가뭄, 장마와 같은 계절적 요인 및 석유수출 감산 같은 일시적 충격에 의한 변동을 제거한 407개 항목을 조사하며 ‘근원물가지수’라고 한다.

또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농산물과 석유류 외에 축산물, 수산물, 가공식품, 전기, 지역난방비 등을 제외한 317개 항목을 조사한 ‘OECD방식의 근원물가지수’다. 근원물가지수는 체감물가와는 약간 더 거리가 멀지만 일시적 요인을 제거하므로 기조적인 물가 상승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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