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돌풍’ 스위스 녹색당…화석연료 투자 막을까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 2019.10.24 06:42
지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서 녹색당 당대표(가운데)와 당원들이 선거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사진=AFP


스위스 총선에서 녹색정당 계열이 2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약진한 가운데 세를 확장한 이들이 전통적 금융강국 스위스의 금융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녹색당(GPS) 당대표가 금융기관을 정조준해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강화를 언급하면서 스위스 의회가 금융 규제에 고삐를 조이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위스 총선에서 좌파 성향의 녹색당과 중도 좌파 녹색자유당(GLP)은 각각 13.2%, 7.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두 정당의 지난 총선 득표율은 합쳐도 12%에 불과했지만, 4년 만에 약 2배인 21%로 상승한 것이다. 반면 우파 스위스국민당(SVP)은 25.6%의 득표율로 1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이는 이전 총선과 비교하면 3.8%포인트 하락한 숫자였다. 스위스에서는 최근 급격한 기온 상승으로 알프스 빙하가 녹는 문제 등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면서 녹색 정당들의 약진이 일찌감치 점쳐지기도 했다.

녹색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강화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레굴라 리츠 녹색당 당대표는 선거 직후 스위스 일간 노이에취르허차이퉁(NZZ)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금융기관에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9%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금융업이 스위스 전체 인구보다 기후변화에 20배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석탄이나 화석연료에 더는 투자하지 말라”고 금융기관(투자은행)들에 요구하며 “재생 가능 에너지가 미래를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이보다 더 구체적인 조치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그가 염두에 둔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이 어딘지는 명백하다. 스위스 환경운동가들은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와 UBS 등이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지적하며, 이들 금융기관을 봉쇄하는 등 적극적인 시위를 벌여왔다.

한편,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환경운동가들이 앞으로 개별 은행보다는 스위스의 투자정책을 공략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 시위를 조직하는 데 참여한 환경운동가 마리클레르 그라프는 “민간은행이 (화석연료 투자의) 주된 참여자이긴 하지만, 국가적 권한이 있는 연기금과 스위스국립은행을 규제하는 쪽이 더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최대 보험기업인 취리히보험과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이미 수익의 30% 이상을 석탄 에너지로부터 창출하는 기업에는 보험 적용과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로이터는 스위스 의회가 탄소배출에 대한 추가요금을 비행기 티켓값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승인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분야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전세계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한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산업공정 부문 등에 비해 감축이 어려워 기후변화 대책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다. 이미 프랑스는 내년부터 자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평의 승객에게 최대 18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