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촉구…" 알맹이 빠진 액상형 전자담배 대책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19.10.23 11:15

복지부 "현행 법상 최대한 조치 취한 것"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빈수레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안전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강력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가 정비되고 유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관리체계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신속한 조사 실시 △안전관리 강화 △니코틴액 등 수입통관 강화 △불법 판매행위 단속 및 유해성 교육홍보 등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을 보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는 기획재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수입업자에게 구성성분 정보를 제출토록 하는 것과 관세청이 줄기·뿌리 니코틴 관련 세액탈루 혐의에 대해 관세 범칙조사 및 세액심사를 추진하는 것뿐이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국립암센터 교수)은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지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지만 새로운 게 없다"며 "아직 국내 환자 발생 수는 1명이지만 앞으로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포함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감에서 강력한 액상형 전자담배 종합대책 발표를 예고했다. 판매 중지 조치까지 거론됐지만 이전 대책에서 진전된 게 별로 없다. 문 대통령이 안전관리 대책을 지시하자 정부 부처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운신의 폭이 작은 건 사실이다. 아직 액상형 전자담배와 중증 폐 손상 인과관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조사 결과 폐 질환 환자 대부분이 대마초 농축 성분(THC)이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했는데, 국내의 경우 THC 성분 사용이 금지돼 있다.


국내 법상 해외처럼 선제적으로 판매 중지 조치를 내릴 수도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11일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가 청소년층 담배 사용을 급증시킨다며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의 경우 법상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금연 규제도 받지 않고, 성분 물질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번 대책에서 담배의 법적 정의를 확대하고, 담배 제조·수입자가 담배 및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첨가물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담배 내 가향물질 첨가도 단계적으로 금지한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인도가 이미 전자담배 액상과 전자담배 판매 등을 금지했고, 말레이시아도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검토 중인 것과 비교하면 시기나 조치 정도에서 한참 밀린다. 중국의 인터넷 판매업자인 알리바바 등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고, 보건당국도 전자담배 규제 개혁에 나서겠다고 한 상황이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현행법 체제와 현재 과학적 근거를 기반해 최대한 조처를 한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 판매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할 경우 일반담배 사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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