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김정은 손잡았던 '금강산', 흔들리는 협력의 상징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19.10.23 10:54

[the300]하노이 노딜 이후 입장차 극명…아직 문 열렸다는 분석도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금강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가 23일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금강산관광이 위기에 봉착했다.

금강산관광은 남북 경협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협상 의지를 담은 장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첫 만남부터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하나의 지향점으로 삼아왔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이 금강산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촬영을 했다.

당시 우리측은 판문점 평화의집의 리모델링을 거쳐 기존 한라산 그림을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으로 교체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금강산을 회담장 안으로 들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과 금강산 그림 앞에서 악수를 하고 사진 촬영을 한 후 "악수만 가지고 박수를 받으니까 쑥스럽다"며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배경이 된 그림이 금강산임을 다시 한 번 주지시키기도 했다.

이후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금강산 관광이 합의문에 포함됐다. 당시 합의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김 위원장은 1월1일 신년사를 통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먼저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앞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통화에서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할 경우 첫 상응조치가 금강산관광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상황은 변했다. 북측은 "미국 눈치 보지 말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고 우리측은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 합의가 먼저"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리고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며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금강산관광을 남북 경협의 상징이 아닌 자력갱생의 상징으로 추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가감없이 드러났다. 북미 실무협상까지 난항인 가운데, 비핵화 협상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식 금강산관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넓게 보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남북 접경지역 경제특구' 구상을 거부한 것으로도 읽힌다. 북측이 핵을 포기하고 개성공단, 평화지대화가 진행된 DMZ(비무장지대), 금강산을 연결하는 벨트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경제를 추진하자는 게 최근 문 대통령의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아예 문이 닫힌 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측의 대화 제의가 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북미 간 실무협상 타결, 그에 따른 비핵화 로드맵이 결론나지 않는 이상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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