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는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는 아무래도 예정됐던 오는 31일 시행되긴 어려워 보인다.
영국 의회는 최근 계속해서 '어떻게든 정해진 시한 내에 EU를 탈퇴하겠다'는 존슨 총리의 의지를 꺾고 있다.
존슨 총리가 EU와 도출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아예 표결에도 들어가지 못 했다. 지난 19일 영 하원은 합의안 대신 올리버 레트윈 의원이 제출한 노딜 브렉시트(EU와 합의하지 않은 브렉시트) 방지를 위한 브렉시트 수정안(레트윈 안)을 상정, 가결했다. 존슨 총리는 이에 자동적으로 EU에 브렉시트 연장을 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다만 자신의 서명은 하지 않아 브렉시트 밀어부치기를 계속하겠단 의지를 피력했다. 서한을 보내는 건 지난달 의회가 제정한 노딜 방지법 이른바 벤 법안에 따라 불가피했다.
존슨 총리는 또 머리를 짜냈다. 그래서 110쪽 분량의 WAB를 제안했고 이를 24일까지 통과시키기 위해 22일부터 독회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하원은 WAB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제이콥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대표가 낸 계획안 자체를 부결시켰다. 모스 대표는 이를 제안하면서 "이에 반대한다면 그건 바로 31일 브렉시트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들은 조심스럽게 WAB 독회는 진행될 거라고 봤지만 예상은 엇나갔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영국은 어떤 식으로 브렉시트 일정을 진행해 나갈 수 있을까.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일단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시나리오는 단 며칠이라도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게 영국에 말미를 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며칠 정도는 봐 주자는 EU 측의 합의가 필요하다. 투스크 의장이 바로 이걸 요청한 것이며 프랑스 측도 여기엔 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결코 낮지 않아 보인다. 일단은 존슨 총리가 서명은 안 했어도 EU에 보낸 안대로 하자면 3개월 후, 오는 1월31일까지 브렉시트는 미뤄지며 올해 안엔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다.
그리고 EU가 영국에 '더 긴 기간' 브렉시트를 연장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이제 EU가 의회의 연기 요청에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결정해야 한다"며 "EU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우리는 법안(상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히며 EU에 공을 넘겼기 때문에 EU가 이를 선택할 차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EU가 연기를 결정하려면 그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져야만 한다는 점에서 이도 쉽지만은 않다.
AFP통신은 만약 기한이 연장이 결정 돼 영국에서 입법부터 다시 해야 할 경우 통상 수개월은 걸리게 되며 그사이 총선을 다시 해야한다거나 새로운 국민투표를 하자는 쪽으로 상황이 움직일 수도 있다고 봤다. 존슨 총리는 자신의 일정이 거부되면 총선을 치르겠다는 승부수를 이미 던져둔 상황. 제1야당인 노동당은 그러나 지금껏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반대해 왔고 새로운 국민투표를 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EU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영 의회 합의(비준)에 시간을 주겠다는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존슨 총리가 이 방법을 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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