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의 남측 시설에 대한 철거를 지시했다. 남북경협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해 제재 해제의 물꼬를 트려는데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돼 흠이 남았다고, 땅이 아깝다고,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전에 건설관계자들이 관광봉사건물들을 보기에도 민망스럽게 건설해 자연경관에 손해를 주었는데 손쉽게 관광지나 내여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다"며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 집권시기 정책 비판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그룹과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이다.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전격 중단되기 전까지 한반도 화해와 평화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겨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금강산 시설 철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남북경협에 소극적인 남한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 철수'가 아니라 ‘남측과 합의’를 전제로 달았다는 점에서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지만,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악화일로인 남북관계는 더욱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美겨냥 ‘제제완화 양보해라’ 메시지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큰 맥락에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틀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국만 아니라 미국에도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제재완화, 금강산 관광 등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막연히 남북경협이 재개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들이 주도해 금강산 등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서 근본적인 남북관계 전환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지나친 자신감이 개성공단의 독자개발로 나아간다면 남북 협력사업은 설 땅이 없어진다”며 “남북간 전반적인 남북관계 문제를 점검하는 고위급회담이 시급하다. 필요하면 특사단 상호 교환방문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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