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서 만난 韓日 총리…"오랜만이죠, 모레 봅시다"

머니투데이 도쿄(일본)=박준식 기자 | 2019.10.23 09:00

아베 일본총리 만찬서 조우한 이낙연 총리에 아키에 여사 소개하고 따뜻한 인사말…이총리 "한일관계는 아베 총리와 드라마틱한 몇 마디로 해결되지 않아…일본인 마음에 한국과 인연 일깨우려 노력"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일본 도쿄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내외 초청 궁정연회에 참석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 제공) 2019.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일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 만찬연회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짧게 만나 24일 회담을 기대하게 하는 인사를 나눴다.

이낙연 총리는 22일 연회를 마친 후 도쿄 뉴오타니 호텔 숙소 귀환 중 가진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 만찬에서 잠시 마주쳤는데 아베 총리가 '모레 만납시다'라고 인사를 건네기에 '모레 잘 부탁합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를 소개했고 몇 가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총리는 아베 총리와 서로 국회의원 시절에 만나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05년 서울 삼청각에서 만나 식사하며 소주잔을 함께 기울인 적도 있다. 이날 아베 총리를 다시 만난 이낙연 총리는 "분위기가 괜찮았다"며 "우리 두 사람이 오랜 친구까지는 아니지만 비교적 (만남의 분위기가) 밝았고, 서로 '오랜만이죠'라고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관계, 정상간 드라마틱한 몇 마디로 해결되지 않아

이 총리는 방일 첫날인 22일을 마무리하는 소감에 대해 "사실 신경은 온통 모레 아베 총리 면담에 가 있다"며 "상황이 어떤지를 이미 다 알고 왔으니 마치 드라마틱하게 단 말 몇 마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냐"고 부담감을 표현했다. 이어 "최대한 (양국) 대화가 더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이번 (방일) 목표"라며 "그런 점에서 (일본 측) 야당 인사들도 중요하고 특히 (23일 만나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일본 정계에서) 가장 역향력이 있고, 아베 총리와 신뢰 관계도 있고, 저와의 관계도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이낙연 총리에게 별명을 지어 부를 정도로 친근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요시로 전 총리가) 새카만 후배인 제게 친근하게 대해줬다"며 "프로골퍼인 아오키와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아오키’, ‘아오키’ 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투병 중이신데 지난날에 대한 감사와 문병, 올림픽 성공 기원 3가지를 겸해서 만나는 것"이라고 배경을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일왕 즉위식 행사 참석 전 숙소인 뉴오타니호텔 로비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총리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2019.10.22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한파 네트워크 총동원…일본인 마음의 한국과 인연, 인류애 일깨우려

이낙연 총리는 24일에는 쓰치야 시나코 일본 중의원(하원) 국회의원도 만난다. 이에 대해 "쓰치야 중의원 아버지는 1945년 19세 말단군인으로 2차대전에 참전할 당시 재일한국인이 건네준 주먹밥으로 배고픔을 달랬던 일로 한국에 많은 기여를 했다"며 "전라남도에 (쓰치야 일가의 기부로) 숲이 몇 개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런 만남들에 대해 "아베 총리나 의원연맹 사람들 만나는 것과 또 다른 의미에서 일본 사람들의 마음을 향해서 던지고 싶은 것이 있다"며 "인간의 마음에는 미움도 있을 수 있지만 착한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기에 감사의 마음, 한국과의 인연을 일깨우는 마음을 공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22일 일왕 즉위식 참석을 마친 후 곧바로 신오쿠보역에 마련된 고(故)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했는데 이것 역시 국경이 없는 인류애(愛)를 되새기고 양국 우호 역사를 상기하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아베 회담에 대해선 "얘기가 다 공개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리 말씀 드리는데, 전부 다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렇게 하면 안되나 저렇게 하면 안되나, 또는 거기까지 구체적인 얘기가 가지 않고 그냥 어떻게든 해봅시다라고 끝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교민들이 22일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 인근 한인타운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를 향해 박수치고 있다.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일본내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한국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K팝스타 관련 상점, 한국 길거리음식 판매점 등이 밀집해 있다. 2019.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쿄=뉴스1) 유승관 기자 = 일본을 방문중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일본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 인근 한인타운을 찾아 교민 및 일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신오쿠보 한인타운은 일본내 대표적인 한인타운으로, 한국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K팝스타 관련 상점, 한국 길거리음식 판매점 등이 밀집해 있다. 2019.10.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베와 이견차 좁히고 공감대 형성만으로 양국관계 진전

이 총리는 특히 아베 총리와 회담(10분 예상)에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회담에 관해서 (거창한) 자료를 준비하고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며 "제가 먼저 무슨 각론을 얘기할 생각은 없고, 한국 사정을 모르고 말하는 (일본 측 제안 등에 관해) 그 제안의 맹점, 한국에서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를 설명해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 의견의 범위를 좁히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할 계기로 회담의 가치가 충분할 거란 설명이다.

이낙연 총리는 방일 전 일본 기업들을 접촉해 강제징용 배상 참여를 타진했다는 보도에 대해 "제가 타진한 것이 아니라 서울을 방문한 일본 기업인들이 요청한 만남과 한일경제인회의 (비공개) 참석 요청에 응한 것"이라며 "일본 개별기업 접촉이 아니고 그런 자리에서 일본 기업인들 속사정을 들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인들 속마음 들어보고 있어…일본 내 한류 살아있더라

일본 인사들 면담과 게이오대 학생들 만남이 비공개 요청인데 대해선 "한일관계를 좋게 해야한다고 발언한 분들이 (일부 일본인들 해코지로 인해) 곤욕을 치루고 있다"며 "그분들이 노출되기를 꺼려할 수도 있지만 신오쿠보역에서 본 것으로 따지면 한류는 여전히 있는 것"이라고 이중적인 분위기를 분석했다. 이 총리는 "아사히신문 기자에 따르면 럭비 구지원 선수를 내보내면 (한국 출신 선수에 관한 인기) 반응이 오다가, 다시 TV에서 한국 욕을 한 번 하면 싹 달아난다더라"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측 기류가 관계개선으로 바뀌고 아베 총리도 긍정적인 언조로 발언한 것에 대해 이 총리는 "일본 신문들이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결정을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대했다는 얘기를 싣고 있다"며 "일본 남부지방은 관광 타격이 겨울에 심하고 일본 재계나 언론계에서 문제제기를 하니 (우호개선) 여론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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