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언은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시리아, 터키 문제의 성과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불쑥 북한을 언급한 후 “언젠가 중요한 재건작업(a major rebuild)이 이뤄질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잘 지낸다”고 했다. 북미 정상 사이의 신뢰와 케미(호흡)를 또 다시 강조한 것이다.
특히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며 “다른 누가 대통령이 됐다면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11차례 김 위원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며 “김 위원장이 내 전화는 받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과)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누가 알겠냐”며 유화 메시지와 함께 대북 경고음도 발신했다.
북한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스웨덴이 북미 양국에 전달한 ‘2주 내 협상 재개’에 불응했지만 북미 사이에선 뉴욕채널 등 여러 소통 창구를 활용한 물밑접촉이 실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에 이어 이날도 “김 위원장과 통화한다”고 했다는 점에서 북미 정상간 ‘핫라인’이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통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결렬 선언에도 스톡홀름 협상을 비핵화 진전을 위해 첫 걸음을 뗀 의미 있는 만남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본부장도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미 양측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각자의 입장을 다 쏟아냈다는 데 (협상의) 의미가 있다”며 “큰 프로세스의 시작이므로 결렬이라도 하기엔 이르다. 대화 모멘텀을 살리면서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상설화한 6자회담 틀이 있는데도 2년 반이나 걸렸다”며 “비핵화는 멀고 먼 길이다. 북미가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갔기 때문에 토대가 만들어졌다. 그 위에서 밀고 당기는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협상 결렬 직후인 지난 7~10일 워싱턴DC를 찾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북미 회담 결과를 상세히 공유받고 대화 재개 방안을 협의했다.
실무협상 당시 비건 대표는 북한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에게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 성명에서 합의한 4개항(새 북미관계·평화체제·비핵화·미군유해 송환)의 동시·병행적 이행을 위해 가능한 조치들을 일괄적으로 소개(preview)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가 설명을 들은 뒤 “창의적인 해법을 갖고 오지 않았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구체적인 비핵화·보상 조치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 범위와 정의, 최종 상태와 북한이 기대하는 대북제재 완화·해제 등의 각론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미국은 또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 기제에 합의하길 원했으나 북한의 불응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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