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강조한 文…부진한 건설株 살아날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9.10.22 15:08

문 대통령, SOC 확대 발언에 건설주 강세…"정부 효과 미미" 회의적 시각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정부의 SOC 확대로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지지부진 했던 건설업종의 주가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SOC 예산 상당수가 소규모 생활형 SOC에 집중됐고 건설투자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투자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건설주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오후 2시40분 기준 전일 대비 1050원(2.39%) 오른 4만4900원에 거래 중이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부분 건설주들도 1~2%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SOC 투자를 강조하면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역에서부터 혁신과 경제활력이 살아나도록 생활 SOC,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경제장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민 생활여건 개선에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SOC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축소 기조였던 SOC 정책 방향을 확대 기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내년 SOC 예산과 향후 집행계획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내년 SOC 예산은 22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9% 늘었고 이후에도 △2021년 23조4000억원 △2022년 23조7000억원 △2023년 23조7000억원 등으로 점차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SOC 투자는 △2020년 18조원 △2021년 17조7000억원 △2022년 17조5000억원 등으로 점차 줄여나가는 기조였으나 올해부터 반대로 바뀐 것이다.

정부가 SOC 투자 방향을 확대 기조로 바꾼 이유는 우리나라 경기 침체 국면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산업은 고용규모나 투자금액, 가치사슬(기업활동에서 나오는 부가가치) 등 여러 측면에서 국내총생산 증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확실한 '부양책' 중 하나인 건설투자 확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의 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침체된 건설경기를 살리는 데에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계획된 3기 신도시 건설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추진이 빨라질 것"이라며 "건설주들도 단기 주가 상승 재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간 부진이 이어진 건설주들의 주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내년 SOC 예산 중에서 생활SOC가 차지하는 비중이 46.6%(10조4000억원)인데 △노후 SOC 보강 △구도심 등 취약지역 기반 강화 △문화·체육 인프라 조성 등에 사용된다. 이런 공사들은 대부분 소규모 공사들로 증시에 상장한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하기에는 부적절한 사업들이다.

무엇보다 건설투자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불과해 정부가 투자를 늘리더라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공사 계약금액은 1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 감소했다. 공공 발주금액은 31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2% 늘었지만 전체의 71.8%를 차지하는 민간 발주금액(79조6000억원)이 7.8% 줄면서 전체 규모가 감소한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 건설 수주다. 올해 건설주들의 주가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해외 수주 부진 등의 여파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코스피 건설업 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20% 가량 떨어졌고 코스닥 건설 지수도 약 20% 하락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급공사는 대부분 최저입찰이라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는 원래 많지 않았다"며 "4분기 아파트 분양실적과 내년 상반기까지 해외 수주 상황 등을 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SOC 확대에 의한 수혜주에 투자하는 것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OC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국내 토목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이 예상된다"며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개발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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