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수처법·수사권조정법 처리해달라"…국회는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19.10.22 17:02

[the300][시정연설]최대 쟁점 '공수처'…文대통령 연설 때도 野 야유 터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들으며 손으로 엑스를 만들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취재단·홍봉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 간 수사권 조정법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하지만 국회에 남은 절차는 앞으로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여야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검찰 개혁 논의 중 국회에서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공수처다. 여당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방안이 공수처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 등 권력형 비리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수처가 검찰과 법원 등 사정·사법기구에 대한 독립적인 견제 기구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공수처 설치를 통해 검찰 개혁의 효과는 미미한 대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에 대한 견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야권의 이견을 인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를 별도로 언급하고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 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 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은 궁극적인 검찰 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다. 여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최근 서울 서초동 여의도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촉구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야권과의 합의에 따른 국회의 법 개정 없이는 검찰 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국민의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위해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고민이 담긴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일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3월 한국당이 당론으로 이른바 '권성동 안'도 수사·기소의 분리가 기초다.

다만 한국당의 수사권 조정안은 공수처 설치가 필요 없는 수사권 조정안을 내세우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여당 안이 공수처 설치를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안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특히 검찰권 통제 방식에서 여야가 엇갈린다. 여당안은 공수처 설치나 정부의 검찰에 대한 감찰권 강화 등 외부에서의 견제를 검찰권 통제 방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공수처 설치 외에 검찰 개혁의 방법이 없다고 말한 이유다.


야당은 검찰이 예산과 인사를 포함해 법무부로부터 독립해서 수사에 대해서도 대통령 등 권력자를 겨냥하는 데 무리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성동 안은 검찰 독립을 위해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제한했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대통령의 검·경 인사권도 제한했다.

한국당 등 야당은 공수처가 대통령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까지 지적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며 막강한 옥상옥 권력기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해 야당의 비토권과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이 보장돼 있다는 입장이다. 야은는 최종 임명장을 대통령이 수여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권한 강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야당은 문 대통령이 공수처로 대통령 권한을 강화할 뿐 진짜 권력자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대신 있는 죄 덮는 은폐처, 없는 죄 만드는 공포처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한국당 입장과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대통령의 공수처 인사권을 대폭 제한하는 '권은희 안'을 여당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올려뒀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역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향으로 하는 검찰 개혁에 성공하면 공수처 설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여당안을 전면 반대하는 것과 달리 오신환 원내대표가 권은희 안을 바탕으로 한 검찰 개혁 수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점도 차이점이다.

국회가 문 대통령이 던진 '숙제'를 풀기 위해 움직이는 시점은 오는 29일 이후로 전망된다. 여당은 29일부터 공수처의 우선처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수처법을 우선 처리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동력을 얻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제1·2야당이 모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선거법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가당찮은 정치 공세"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입장 변화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이 연설할 때 검찰 개혁을 말하는 부분에서 야당은 대놓고 야유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 달라"며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하자 의석에서 일부 한국당 의원들이 동시에 손으로 엑스자를 그리며 "안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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