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豚)값이 흔든 돈(錢)시장…中 국채금리 사실상 '제로'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0.22 09:30


돼지고기가격 급등,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채금리에서 물가상승률 빼면 0.2% 미만
韓 2%, 印 2.5% 등 다른 신흥국보다 낮아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급등하면서 자본시장까지 충격을 받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채권금리가 사실상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중국 채권금리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질 위기"라고 전했다.

세계 돼지 사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ASF로 2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70%가량 상승했다. 이는 전체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는데,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에 달했다. 현재 중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1%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이 0.2%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선진국에서는 물가와 상관없이 초저금리가 '노멀(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희귀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실질 채권금리는 2%에 육박한다. 물가상승률이 4%인 인도도 2.5%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채금리가 최소 6% 이상인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4일 중국 서안시 향토 음식들 중 하나인 러우쟈모(肉夾)를 파는 한 식당을 찾아 돼지고기 동향을 묻고 있다. (중국 정부 네트워크 캡처) 2019.10.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중국은 물가연동국채도 발행하지 않는다. 물가연동국채란 원금과 이자가 물가와 연동되는 국채로 물가가 급변해도 투자자는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와 연동되지 않는 국채 투자자는 물가 변동 부분을 온전히 감수해야 한다.

중국 국채의 실질 금리 하락 현상은 ASF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돼지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대출 확대 등 돼지고기 생산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12월 중국 CPI가 3.5%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돼지고기 가격만 정상화된다면 실질 국채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트포트(Eastfort)자산운용의 에드먼드 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순전히 '공급'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임금 상승이나 경제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ASF 사태가 언젠가 끝나게 되면 채권시장도 곧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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