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초안 타결에도 英야당 "더 나빠졌다" 반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9.10.18 10:55

英의회 통과 불투명…19일까지 하원 동의 얻어야...불확실성에 시장은 상승폭 반납

【브뤼셀=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렉시트안 합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2019.10.17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초안이 체결됐지만 시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당장 19일까지 영국 의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은 "더 나빠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달러·파운드 환율은 브렉시트 초안 타결 소식에 장중 1.2988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다시 1.2756달러까지 하락하는 등 등락을 반복했다. 영국 FTSE100 지수도 이날 14.37포인트(0.20%) 상승에 그쳤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0.38포인트(0.10%) 내린 393.08에 거래를 마쳤다. 브렉시트 초안이 의회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하원 비준을 위해서는 321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보수당(토리당) 좌석 수는 현재 287석이다. 지난 9월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법안인 '벤 액트'에 찬성한 것을 이유로 보리슨 총리가 일부 의원을 당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당 내에서도 전 영국 총리인 테리사 메이의 브렉시트 안을 지지했던 의원 수는 259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61표가 더 필요하다. 블룸버그는 탈당한 의원들이 존슨 총리의 '합의 의지'를 확인하고 기쁘게 당으로 복귀할 수도 있지만 총리를 신뢰할 수 있을 지 고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존슨 총리는 여전히 브렉시트 협상은 더이상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BBC는 이번에 타결된 초안이 "대부분이 메이 전 총리가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며 중요한 변화인 북아이랜드 관세를 의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영국과 EU는 이번에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하이브리드 해법'에 합의했다.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규제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 협정은 시행한 지 4년이 지나면 북아일랜드 의회가 계속 적용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정계에서는 그러나 북아일랜드가 영국 내에서 다른 취급을 받는 조항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메이 전 총리 역시 북아일랜드 관세와 관련해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두고 의회 통과의 난항을 겪었다. 백스톱이란 EU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에 하드보더(엄격한 통관절차)를 세우기 어려워 브렉시트 전환 기간 내에 양측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당분간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이다.

초안 타결 소식에 보수당과 연정을 이루고 있는 민주통일당(DUP)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10명의 의원이 있는 DUP는 존슨 총리의 안을 지지할 수 없으며 협상 타결을 위해 너무 무리한 제안을 했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이전 정부 안보다 더 나쁘다"며 브렉시트와 관련해 두번째 국민투표를 할 것을 주장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EU와 분리되는 존슨 총리의 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존슨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파와 2016년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는 의원들을 공략할 것이라며 "빠듯하지만 통과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당 의원도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근로 환경 기준 등을 포함한 패키지 딜로 회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만약 부결되면 브렉시트 협의는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EU가 브렉시트 협상 시한을 연장해준다고 해도 존슨 총리는 오는 31일까지 EU를 떠날 것이라고 연장 거절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이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마칠 수 있는 기회"라며 부결될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결된 뒤 EU와의 협상 연장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총선거를 하거나 두번째 국민투표를 해야 할 수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존슨 총리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초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협상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며 "그(존슨 총리)와 나는 더이상 (협의를) 연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그러나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안이 부결되더라도 EU가 협의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 BBC 등은 복수의 외교 관계자의 말을 빌어 "필요하다면 EU는 연장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영국의 EU 재가입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 초안 타결과 관련해 "슬픔을 느낀다"며 "우리의 영국 친구들이 돌아오길 결정한다면 우리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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