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향해 "안 믿으면 지옥간다"… '아동학대'라고요?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9.10.18 05:30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자 "종교단체의 미성년자 포교활동 법으로 막아달라" 게시돼… "아이 정서적학대시 아동학대 해당해"

/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너가 종교 안 믿으면 너네 할아버지 지옥간다."
"천국 가고 싶으면 종교 믿어야지, 너 지옥 가고 싶니?"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종교활동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이를 국가가 나서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방에 '미성년자 대상 종교 포교활동 금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돼 17일 오후 1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하나님 안 믿으면 지옥간다'며 포교… "아동학대"

청원자는 종교단체들이 아이들에게 믿음을 전도하는 행위는 자칫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며 포교활동을 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자는 "학교 등굣길, 하굣길 , 동네 어귀, 공원 등지에서 종교 단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전단지와 물티슈를 나눠주거나 먹을거리를 주기도 하고 전화번호를 물어서 아이에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종교단체들은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그말을 듣고 무서워서 밤새 잠을 못 이룬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는 천국 못갔냐'고 오열했다는 아이들 이야기도 인터넷에 많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종교 단체들은) 학교로 등교하는 아침에 길목에서 전단지를 강제로 나누어주는데, 어른이 아닌 아이들은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자는 "이 같은 일들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종교의 자유가 시민의 간섭당하고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들의 정서와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종교단체의 미성년자 대상 직접 포교활동을 국가가 법적으로 안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종교 '강요'시에는 아동학대

아이들을 향한 포교활동을 가리켜 아동학대라고 하는 건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저 종교를 '추천'했을 뿐인데 이게 어떻게 아동학대가 될 수 있냐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으로 나뉜다. 신체학대는 신체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정서학대는 정신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성학대는 성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방임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지 않거나 위험한 상태에 아동을 방치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이중 아동에의 종교 행위 강요는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부모나 타인이 아이에게 종교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가는 등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고 협박하거나, 아이를 종교의식에 억지로 데려가거나, 부모가 본인들과 같은 종교를 가지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거나, 부모가 자신들과 함께 포교 활동에 나서라고 강요하는 등의 행위는 모두 아동학대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사실 가정에서도 종교 행위 강요로 인한 정서학대는 흔하게 발생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7년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부모 형제와 상관없이 원하는 종교를 가질 수 있는지" 묻자 중고생의 19.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약 5명 중 1명이 가정에서 충분한 종교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아이에게 종교를 권유하는 건 괜찮지만, 그 과정에서 '지옥간다' 등의 발언으로 아이 가치관에 혼란을 주거나, '강제로' 어디를 데려가는 등의 행위는 정서학대로 인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종교 행위 강요는 관련 처벌법이 있지는 않고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지만, 아동학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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