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 돌풍 일으킨 '터번' 쓴 남자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0.17 06:30

인도계 시크교도 지그미트 싱…2017년 신민주당 대표 선출
만 40세, 21일 첫 총선 치러…젊은층서 트뤼도 인기 웃돌아

지난 8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열린 총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한 지그미트 싱 신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싱 대표 왼쪽은 그의 부인인 구르키란 카우르. /사진=AFP
오는 21일 총선을 치르는 캐나다에서 누구보다 주목받는 정치인이 있다. 캐나다 제3당인 신민주당을 이끄는 지그미트 싱 대표다. 1979년 1월생으로 올해 만 40세가 된 싱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싱 대표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각종 고난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싱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다.

이후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로펌 등에서 형사 전문변호사로 경력을 쌓는다. 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건 2010년이다. 당시 싱 대표는 1984년 인도 델리에서 벌어진 시크교도 학살 사건에 관련된 인도 교통장관이 캐나다를 방문하는 것에 항의하는 시민단체를 법률 지원 한 것을 계기로 정치를 시작한다.

누구나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위한 운동을 진행하던 싱은 신민주당에 입당하고, 2011년 총선에 출마한다. 총선에서는 결국 낙선했지만, 그해 치러진 온타리오주 주의회 선거에서는 승리해 정치 활동을 이어간다. 이때부터 싱 대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와 연관된 달리왈이라는 성을 버리고 평등의 염원을 싱(Singh)이라는 성을 쓰기 시작한다.

착실히 당내 지지기반을 넓히던 싱 대표는 2017년 10월 마침내 당대표에 오른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 정당 대표가 된 것은 캐나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크교도를 뜻하는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외모의 싱 대표는 젊고, 진보적인 이미지로 짧은 시간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4년 전 집권 이후 잇달아 구설에 오른 것도 싱 대표에 도움이 됐다. 트뤼도 총리가 가진 '젊고 개혁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뺏어온 것이다. 특히 지난달 트뤼도 총리가 대학 시절 한 행사에서 인종차별적인 분장을 했던 사실이 폭로되면서 싱 대표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용과 투명성, 기후변화 방지와 여성 평등을 외쳤던 트뤼도 총리를 지지하던 젊은 유권자들이 싱 대표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18~34세 유권자의 여론조사 결과, 싱 대표의 신민주당 지지율은 39%로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을 1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캘거리대의 멜라니 토마스 정치학 교수는 "싱 대표의 인기가 그대로 투표결과에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만약 젊은 층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지도자를 꼽자면 이번에는 트뤼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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