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사모펀드라는 보물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9.10.16 04:5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인기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아졌다"
"사모펀드 가입자 수 49명이 금방 찰 수 있으니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올해 초 만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가 '사모펀드의 시대'라고 단언하며 전한 말이다.

상당한 자산을 보유했다는 투자자들도 사모펀드라는 존재 앞에선 겸손해졌다. 자신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진 큰손들과 한 배를 탄다는 기대감, 그리고 소수만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에 수반되는 투자 리스크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숙명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조용히 줄을 섰다.

과거 보물섬 발견을 꿈꾸는 모험가들이 숙련된 선장이 모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선 것도 일종의 사모펀드였다. 이들은 계획대로 산더미 같은 보물을 찾아 돌아올 수도 있고, 반대로 암초에 걸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었다. 기회와 리스크는 자신의 몫이었고, 이걸 알고도 배에 올랐다.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유롭게 운용하는 펀드다. 사모펀드는 운용주체의 철학과 아이디어에 따라 변화무쌍한 투자전략을 펼친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외부 간섭도 거의 받지 않는다. '자유방임'이 미덕인 영역이다. 실패하더라도 그 결과와 책임은 자신이 진다.

문제는 본래 '소수'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사모펀드를 '대중'의 영역으로 무리하게 끌어올 때 생긴다. '기회 평등' 차원에서 사모펀드를 보면 배가 아프지만, '투자 위험'을 생각하면 좀 더 신중해진다.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리스크가 높다. 이 배에는 항해 중 침몰하거나 표류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태워야 한다. 뱃삯을 낼 수 있다고 아무나 태워서는 탈이 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발생한 사태들을 감안할 때 타당한 조치다. 무엇보다 규제의 초점은 사모펀드 자체가 아닌 소비자보호에 맞춰져야 한다. 원금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투자자에게 금융회사가 사모펀드를 권하게 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금융자산 5000만원만 있으면 고위험 상품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을 주겠다는 당국의 정책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과격한 완화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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