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브랜드 브리타니아'…몰락하는 英기업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10.15 15:00

英유명 브랜드 기업가치 10년 사이 100억달러 하락…정부 방치·브렉시트 등 악재로 상황 악화

/사진=로이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고급 브랜드들이 몰락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영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최초의 여행사인 토마스쿡은 창립 178년 만에 파산했다. 온라인 여행사들과의 경쟁 격화, 브렉시트의 불확실성, 항공유 및 호텔 숙박비 인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17억파운드(2조525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파산했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애스턴 마틴도 위기다. 올해 들어 시가총액의 3분의2가 증발해 현재는 기업가치가 10억파운드(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탑샵·탑맨을 보유했던 대형 소매업체 아르카디아는 올해 들어 영국에서만 50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한 때 전 세계에 철강을 공급하던 영국 브리티시 스틸은 지난 5월 강제청산에 돌입했다.

런던의 유명 백화점인 프레이저와 데벤함스도 투자자들이 긴급 자본을 투입해 기사회생했다. 88년의 역사를 지닌 소매업체 브리티시 홈 스토어도 2016년 모든 매장의 문을 닫았다. 100년 가까이 영업해 온 엔터테인먼트 소매업체 HMV도 지난해 말 파산을 신청했다. 이들 모두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영국 유명 브랜드의 기업가치는 2007년 380억달러에서 올해 284억달러 규모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시장만능주의'적인 대처가 브렉시트와 경기 둔화로 어려워진 영국 기업들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그리스 힉슨 회계학 교수는"영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시장의 효율성을 믿고 있으며 그러기에 항상 기업들에 대한 구제금융을 꺼려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토마스쿡을 지원하라는 요구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며 거절했다. 위기의 애스턴 마틴도 12%에 달하는 대출금리를 수용해야하는 입장이지만 영국 정부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가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막대한 자본을 쥔 해외 기업들이 몰락하는 영국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2008년 한 때 영국 브랜드였던 재규어랜드로버를 포드로부터 인수했다. 유명 초콜릿 제조업체 캐드버리는 2010년 미국의 몬델리즈가, 유명 장난감 소매업체인 햄리스는 올해 초 인도의 릴라이언스 그룹이 사들였다.

이는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을 구제하는 다른 유럽국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토마스쿡의 독일 계열사인 콘도르는 독일 정부가 긴급대출을 승인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이탈리아도 국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에 긴급 구제금융을 수차례 제공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오래된 기업에 대한) 감정적인 대처는 실패한 기업을 살리는데 그칠 것"이라면서도 "(약육강식의) 진화경제학이 영국에서 주류로 남는 이상 그동안 존경받아온 기업들의 상당수는 박물관의 유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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