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피센트 2’,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동화

임현경, 김리은, 권나연 ize 기자 | 2019.10.17 07:00
‘말레피센트 2’ 보세
안젤리나 졸리, 미셸 파이퍼, 엘르 패닝
임현경: 말레피센트(안젤리나 졸리)는 요정들의 숲 무어스의 수호자이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가진 마녀다. 배신당한 상처로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은 그는 딸처럼 키워온 공주 오로라(엘르 패닝)가 이웃나라 왕자와 사랑에 빠지자, 오로라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열어보기로 한다. 날개를 되찾은 말레피센트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세상을 바라보듯, 영화 역시 시야를 확장해 더욱 넓은 세계를 담는다. 1편이 악녀 말레피센트를 둘러싼 편견을 짚었다면, 2편은 ‘다양성이 보장된 세계’를 이야기한다. 종족,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 함께 화합하는 세상에서, 과거 ‘공주 아니면 마녀’의 위치에 놓였던 여성은 이제 지도자, 연인, 어머니, 혁명가 등 다면적인 주체로서 존재한다.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가며 다채로운 생명체들을 보여줌으로써 뛰어난 영상미까지 갖췄다. 피부색이나 성별의 제약 없이 누구든 원하는 바를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동화다.

‘신문기자’ 보세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

김리은: 내각정보실에서 여론 조작을 수행하며 회의감을 느끼던 스기하라(마츠자카 토리)는 존경하던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을 받는다. 한편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심은경)는 의료계 대학 신설 계획에 대한 극비 정보가 담긴 팩스를 받고 이를 추적하던 중 스기하라와 마주치며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선다. 영화는 두 개인의 구체적이고 사적인 삶을 교차시키며 조직과 국가의 구조적인 병폐를 드러내고, 영웅적인 주인공을 내세우는 대신 ‘자신을 믿고 의심하는’ 개인들의 용기와 협력이 모여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에 집중한다.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개인들이 마주하는 위기와 고민이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이나 이토 시오리 미투 운동처럼 영화 속 몇몇 장면과 겹쳐지는 일본의 현실뿐만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모든 관객의 시선으로 완성될 영화.

‘버티고’ 보세
천우희, 유태오
권나연 :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직장동료 진수(유태오)와의 비밀 연애가, 계약 연장에 대한 압박감이, 늦은 밤 어머니의 전화가 그의 마음을 조여온다. 위태롭게 고공 줄타기를 하듯 현실의 높이를 깨달을 때면 번번이 현기증이 찾아온다. 영화는 지금을 사는 누구나 느껴봤을‘남들은 잘 사는데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기분’을 섬세한 조명과 생생한 사운드를 이용해 시청각적으로 구현해내는 데에 집중한다. 서영이 겪는 일들을 날짜 순으로 분리, 나열하여 감정선을 쌓아나가는데 그 속도가 더디고 파편적이라서 관객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권력자 남성들이 서영에게 가하는 신체적 감정적 폭력은 현실의 여성혐오를 온전히 담아내는 증언으로서 무게를 갖는다. 악의를 가진 무리 속에서 선의를 가진 타인 한 명의 목소리가 위로를 건네준다. 다만 서영이라는 개인이 처한 보편적인 경험들이 마지막에 현실성을 잃고 판타지로 귀결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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