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사우디 가는 푸틴…'중동 갈등 해결사' 자처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19.10.14 11:45

푸틴, 사우디 방문 앞두고 "중동 긴장 완화 돕겠다"
"빈 살만과 좋은 친구…친구로서 아이디어 줄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부재를 틈타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 방문을 앞두고 진행한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 좋은 관계"라며 "러시아가 걸프만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어느 곳도 이란과 대치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동의 모든 나라와 우호적인 러시아가 한 쪽의 메시지를 다른 쪽에 전달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키스탄 총리가 이번 주 이란과 사우디를 방문해 중재하기로 한 것에 관해서는 "중동 지도자들은 조언이나 중재가 필요하지 않다"며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오직 우정으로만 대화를 할 수 있다. 내가 할 일은 친구의 관점에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디어를 약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푸틴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사적으로도 매우 친근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발생한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사건과 관련해서는 "공격 배후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가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누가 유죄인지 판단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미국이 이란을 의심하고 있고,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란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당시 사건을 이유로 미국은 사우디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를 배치하고 약 3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


지난 11일 홍해에서 일어난 이란 소유 유조선 공격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번 공격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협력이 강화됐다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시도를 줄이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산유국이다.

중동 정세는 미국이 지난해 5월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한 이후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특히 올해 7월 이란이 미국 드론을 격추시키자 미국이 군사공격을 경고하면서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핵합의 복귀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은 별개의 것"이라며 "물론 대화가 필요하지만 하나를 다른 것과 연결지어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14일 사우디에 도착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진 뒤, 15일 UAE를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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