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터키는 왜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하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10.13 18:32

분리독립 요구하는 국내 쿠르드족 견제…360만명의 시리아 난민 배치해 빈 자리에 배치

12일(현지시간) 그리스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 수도 아테네에서 터키의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족 공격을 규탄하며 시위에 나섰다. /사진=로이터.


미국을 도와 이슬람국가(IS)를 시리아에서 몰아낸 쿠르드족이 위기에 몰렸다. 지원을 약속했던 미군이 떠난 뒤 터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을 가하면서 10만여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150여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숨졌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터키는 이번 공격으로 국내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제한하고 수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계획이다. 쿠르드족을 몰아낸 자리에 시리아 난민을 배치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터키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약 1500만명이다. 주로 터키 남동부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터키 인구의 약 18%에 달한다. 한 세기 가까이 분리독립을 요구해 온 이들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세워 정부군과 계속 싸워왔다.

터키는 PKK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양측 간 전투로 사망한 이만 수만여명에 달한다. 터키는 IS와 전쟁해 온 시리아민주군(SDF) 산하 인민수비대(YPG)가 PKK의 지부라고 주장하며 이 둘이 세력을 합치는 것을 경계해왔다. 특히 지난 수년 간 IS가 세력을 넓히면서 시리아 및 이라크의 공권력이 후퇴하자 이를 기회 삼아 쿠르드족도 세력을 넓혀온 상황이다.

그러나 YPG를 비호했던 미국이 마침내 철수하자 터키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터키는 지난 수년간 이(YPG) 공격을 위해 준비해왔다"면서 "터키에게 쿠르드족은 국가를 전복하려는 테러리스트지만 미국에게는 미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의지할 수 있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YPG를 몰아낸 지역에 시리아 난민 100만~200만명을 배치해 쿠르드족과의 '완충지대'를 설립할 방침이다. 현재 터키는 약 400만명 난민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의 난민 수용 국가다. 이중 시리아 출신은 360만여명에 달한다. 터키는 10만여명에 시민권을 허가했으며, 여태까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달러(47조원)를 쓰기도 했다. 터키가 올해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만 최소 7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터키 정부는 난민 포용 정책을 펼쳐왔지만,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면서 추가 수용이 어려운 시점이다. 터키의 실업률은 시리아 난민 사태 이전인 2011년 대비 6%포인트 치솟은 14%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달러당 1.5리라를 기록한 리라화는 현재 달러당 5.88리라로 그 가치가 폭락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오메르 타스피나르 연구원은 "터키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터키 정부는 난민과 실업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하고 있다"면서 "(터키인들은)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터키인들은 IS를 두고 국민적 분노를 느끼지 않지만, 쿠르드족에는 분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은 최근 이스탄불을 비롯해 주요 도시 선거에서 야당에게 패배한 상황이다. 경제 위기에 돌아서는 민심을 잡기 위해 그 희생양으로 오랜 적이었던 쿠르드족을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터키의 전략이 사실상 인종말살 정책이라며 결국은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미 리하이대학교의 헨리 바키 국제관계학 교수는 "에르도안은 지역의 인구구성을 바꾸려하고 있다"면서 "터키가 (시리아 지역을) 영구 점령하지 않는 이상, 쿠르드족은 결국 다시 집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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