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각국 '비만 기준'이 다른 이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9.10.10 05:0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내 비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비해 낮다 보니 식욕억제제 처방이나 복용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우선 비만은 질병이다. WHO가 1966년부터 그렇게 정의했다. 비만 기준은 식욕억제제 과다복용의 문제로 바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한 건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심각해서다.

WHO가 정한 비만 기준은 BMI(체질량지수) 30(㎏/㎡)이다. 이는 각국의 비만 유병률 등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보편적 잣대다. 각국의 체형과 식습관, 질병 위험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 잣대가 모든 국가에 꼭 들어맞을 리 만무하다.

의학계에 따르면 각국에서 비만 기준을 정할 때 2가지가 고려된다. 과학적 기준과 정책적 기준이다. 과학적 기준은 콜레스테롤이 얼마 이상이면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BMI가 얼마 이상이면 질병 위험이 높으니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 기준이다. 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더 낮은 비만도에서 질병 위험이 증가하므로 WHO 서태평양지부(WPRO)도 아시아인은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별도 기준을 정한 것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 중국, 대만 등 비슷한 체격을 가진 국가들의 연구결과를 모아 합의한 과학적 기준이 BMI 25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BMI 25에서 30 사이에 만성질환이 많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입장에서는 이 선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기준은 그 나라의 유병률과 의료비·의료인력 등 투입 가능한 자원을 고려한 합리적 치료기준이다. 사모아나 미국의 경우 BMI 25가 기준이 되면 대부분 비만으로 나오기 때문에 효율적인 정책을 펼 수 없다. 따라서 비만 유병률에 따라 각국은 정책 기준을 다르게 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BMI 25를 넘기 전에 예방하는 게 공중보건학적, 정책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적 기준과 정책적 기준 모두 비만 기준을 BMI 30으로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재 그렇다는 것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체형이 바뀌고 질병 발생 위험에 변화가 생기면 기준은 바뀔 수 있지만 무턱대고 기준을 높이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등 사회·경제적 손실만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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