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비만은 질병이다. WHO가 1966년부터 그렇게 정의했다. 비만 기준은 식욕억제제 과다복용의 문제로 바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한 건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심각해서다.
WHO가 정한 비만 기준은 BMI(체질량지수) 30(㎏/㎡)이다. 이는 각국의 비만 유병률 등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보편적 잣대다. 각국의 체형과 식습관, 질병 위험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 잣대가 모든 국가에 꼭 들어맞을 리 만무하다.
의학계에 따르면 각국에서 비만 기준을 정할 때 2가지가 고려된다. 과학적 기준과 정책적 기준이다. 과학적 기준은 콜레스테롤이 얼마 이상이면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BMI가 얼마 이상이면 질병 위험이 높으니 치료해야 한다는 진단 기준이다. 아시아인은 서구인에 비해 더 낮은 비만도에서 질병 위험이 증가하므로 WHO 서태평양지부(WPRO)도 아시아인은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별도 기준을 정한 것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 중국, 대만 등 비슷한 체격을 가진 국가들의 연구결과를 모아 합의한 과학적 기준이 BMI 25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BMI 25에서 30 사이에 만성질환이 많기 때문에 진료를 보는 입장에서는 이 선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기준은 그 나라의 유병률과 의료비·의료인력 등 투입 가능한 자원을 고려한 합리적 치료기준이다. 사모아나 미국의 경우 BMI 25가 기준이 되면 대부분 비만으로 나오기 때문에 효율적인 정책을 펼 수 없다. 따라서 비만 유병률에 따라 각국은 정책 기준을 다르게 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BMI 25를 넘기 전에 예방하는 게 공중보건학적, 정책적으로 효과적이라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적 기준과 정책적 기준 모두 비만 기준을 BMI 30으로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재 그렇다는 것이다. 식생활의 변화로 체형이 바뀌고 질병 발생 위험에 변화가 생기면 기준은 바뀔 수 있지만 무턱대고 기준을 높이면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등 사회·경제적 손실만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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