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요구하는 '당당한 빚쟁이' 시대 열릴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9.10.10 04:40

정부 추진 '채무조정서비스업' 해외선 이미 성행…'소비자신용법' 제정되면 영리 '주빌리은행' 등장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대출을 갚지 못한 채무자는 90일이 지나면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되고 모든 금융거래가 사실상 중단된다. 연간 26만~28만명에 달한다. 채권 추심에 시달리다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다. 연간 14만~17만명 정도다. 채무조정에 들어가기까지 평균 30개월을 신용불량자로 산다. 대한민국 연체 채무자의 현실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비자신용법’이 제정되면 채무자가 먼저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는 의무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소비자신용법’의 핵심은 ‘채무조정서비스업’이다. 채무자의 의뢰를 받아 채권자인 금융회사와 채무조정 협상을 대신해 주는 산업이다.

◇채무조정서비스업, 해외에선 성행...영리 ‘주빌리은행’ 나타날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무조정서비스’가 국내에선 낯설지만 해외에선 성행하고 있다.

미국에는 연방법으로 ‘통합 채무조정서비스법’이 있다. 채무조정서비스업체는 당국의 규제를 받는다. 영국도 금융행위감독청이 채무조정서비스업에 대한 승인과 영업행위 규제, 감독을 책임지고 있다. 호주에선 금융안정청이 채무조정관리자의 라이센스 등록 여부, 행위규제를 담당한다.
비영리 채무조정 지원단체도 있지만 영리 채무조정서비스업체들도 많다.

국내에선 ‘주빌리은행’이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체채권 소각’이 주빌리은행의 대표적 활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빌리은행은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직접 개입해 채무조정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일부 변호사들이 ‘채무자대리인’으로 활동하지만 소수일 뿐만 아니라 비용도 비싸다.

‘채무조정서비스업’이 도입되면 ‘채무조정’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것인만큼 영리 목적의 ‘주빌리은행’이 국내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무조정 제도가 있는 나라에는 모두 채무조정서비스업체가 존재한다”며 “국내에선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생기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빚도 못갚는데 돈내고 채무조정?= 채무조정서비스업체는 채무자에게서 수수료를 받고 금융회사와 채무조정을 협상한다. 가령 1000만원의 빚이 있는데 이를 500만원으로 조정한다면 탕감받은 500만원의 일정 비율을 채무자에게서 수수료로 받는 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가를 통해 원금을 더 탕감받을 수 있다면 채무자는 수수료를 지불하더라도 이용하는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자인 금융회사도 채무자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기 때문에 라이센스(자격)가 있는 대리인을 상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금융당국은 채무조정서비스업체의 수수료 수준을 통제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를 대신해 채권추심을 하는 위탁채권추심업체는 통상 상환받는 돈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조정 수수료는 이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채무조정서비스업의 인가 기준을 만들고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방안도 마련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채무조정서비스 업체들이 수수료만 선납받고 결과에 책임지지 않거나 채무조정을 위해 채무상환 고의 지연, 허위·과장광고 등의 소비자피해를 발생시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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