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충돌 시험은 1959년 9월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진델핑겐 생산 공장 인근에서 차량을 목재로 만든 고정벽에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게 최초였다. 차량 안전이라는 개념이 희미했던 시기였다.
이후 차량과 벽, 차량과 차량을 충돌시키는 다양한 충돌실험이 생겼고, 충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교하게 측정할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항공기 밖으로 튕겨 나가는 조종석 좌석과 이와 관련된 안전장치를 개발하는 데 쓰였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시험을 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테스트'였다.
1950년대 들어서 마네킹과 유사한 모습의 '더미'가 일부 자동차 시험에 사용되기 시작했고, 1971년 미국 GM이 미국 성인남성과 신체가 비슷한 키 178cm, 무게 78kg의 '하이브리드1' 더미를 개발하면서 본격 활용됐다.
'쏘어'에는 134개의 센서가 달려있고, 가슴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석하기 위한 센서도 있어 사람을 거의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함을 갖췄다. 외부는 인조 피부로 이뤄져 있어 사고 발생시 피부에 생기는 상처의 정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더미는 전 세계 공통으로 표준화된 규격을 갖고 있다. 또 섭씨 20.6~22.2도에 보관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도 있다. 하지만 더미를 통해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자동차 개발에 반영하는 것은 각 제조사의 능력이다.
현대·기아차가 보유한 더미들의 가격은 최소 1000만원부터 10억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가장 비싼 측면충돌시험용(WorldSID) 더미는 인체와 가장 흡사한 거동을 할 수 있고, 센서도 더 많다. 한번 충돌시험에 사용된 더미는 교정을 받은 뒤 재사용된다.
충돌시험이 다양한 만큼 더미도 다양하다. 성별과 연령대, 체격까지 고려해 다양한 더미가 있다. 심지어 임산부 더미와 캥거루 더미도 있다. 캥거루 더미의 경우 호주에서 캥거루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만들어졌다.
자동차 제조사가 안전한 차량을 위해 들이는 공은 상당하다. 충돌시험 1회에 들어가는 비용이 1억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 충돌시험만 150회를 한다. 충돌시험에만 150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벤츠와 비슷한 수준의 충돌시험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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