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벌레 20년전 접촉"…의대 박사가 밝힌 증상과 대처법

머니투데이 김도엽 인턴 | 2019.10.04 16:37

연세대 의대 열대의학연구소 이인용 박사

청딱지개미반날개(일명 화상벌레)./사진=뉴스1

최근 인터넷상에서 청딱지개미반날개, 일명 '화상벌레'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연일 오르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북 완주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화상벌레가 나타났다는 게시물이 올라왔고 해당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뒤 부터다. 청딱지개미반날개라는 곤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종인 데다 자세한 학술정보도 부족하다 보니 호기심과 함께 막연한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국내에서 흔치 않은 청딱지개미반날개 전문가인 연세대학교 의학대학 열대의학연구소의 이인용 박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화상벌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 박사는 청딱지개미반날개에 의한 피부염에 대한 연구 논문을 작성한 바 있으며, 현재도 곤충·기생충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몸 담고 있는 열대의학연구소는 아열대 지역의 특수질환과 환경을 조사·연구하고, 국내로 유입되는 관련 질환의 진단과 관리를 맡고 있다.

◇청딱지개미반날개 - 익충이면서 위생곤충

이 박사에 따르면 청딱지개미반날개(Paederus fuscipes)는 개미반날개아과(Suborder Paederinae)에 속하는 종(Species)으로 청딱지개미반날개류는 세계적으로 600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국내에는 14개 아과(Subfamily) 154종(한국 곤충학회, 1994)이 있다.

초여름인 6월부터 10월 중순 정도까지 주로 활동하는 청딱지개미반날개는 가슴 밑에 짙은 푸른색의 딱지날개가 있다. 이 박사는 "청딱지개미반날개의 몸 전체 길이는 7mm 정도로 머리가 동그랗고 몸이 가늘고 길쭉해 개미처럼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름에 '개미'가 들어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주로 작은 개천이나 제방, 하천둑 등 작은 지류나 논·밭에 서식한다. 야행성으로 빛을 향해 날아드는 습성이 있다. 기숙사·아파트 단지나 주택 등에서 청딱지개미반날개가 발견되는 경우도 주로 이런 빛을 좇는 특성이 발휘됐기 때문이다. 또 육식성이 강한 잡식성 곤충으로 주로 농업해충을 먹이로 한다. 농업해충의 천적이라는 점에서 익충(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곤충)으로 볼 수 있다고 이 박사는 전했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사람과 접촉할 경우 꼬리에서 페데린(Pederin)이라는 독성 물질을 분비해 상처를 입힌다. 이 박사는 "이 곤충의 체액에 페데린이라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어 인체에 닿으면 불에 데인 것처럼 소양감과 작열감이 있고, 물집, 수포가 생기는 페데러스(Paederus) 피부염이 나타난다"면서 "이 점에서 위생곤충(인간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병원체를 옮겨 해를 주는 곤충)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용 박사는 청딱지개미반날개와 접촉 후 자신의 증상을 동료들과 연구해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보고했다. 논문에 삽입된 증상 사진 또한 이인용 박사 본인의 팔 사진이다./사진=청딱지개미반날개에 의한 페데러스 피부염 1예, 대한피부과학회지, 1999

◇동남아에서 왔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초기 해당 대학과 다수 언론에서는 이 벌레가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오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동남아에서 주로 발생하긴 하지만 해당 종은 동남아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국내에 널리 퍼져있는 토착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곤충이 동남아에서 유입되었다는 보도로 인해 해당 국가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국내에서 1968~69년에 전남, 1994년 경북지역에서 다수 발생했고 이후에는 1999년 10월 중순경 전북 완주 소재 대학교 주변 제방뚝지역에서 학술 조사 중 접촉된 예가 있다. 이때 접촉된 이가 바로 이 박사다. 이 박사는 "내 증상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이를 연구해 대한피부과학회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해당 곤충에 대한 시민들의 염려에 대해 "현재 청딱지개미반날개가 발생한 완주 지역은 이전부터 발생하는 지역으로 발생지역과 밀접돼 있어서 불빛에 날아 들어와 당분간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하지만 이 곤충은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휴지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10월 중순 이후에는 해당 지역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청딱지개미반날개 문제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청딱지개미반날개(어른벌레)/사진제공=연세대학교 의학대학 열대의학연구소 이인용 박사

◇청딱지개미반날개 피부염 대처법


이 박사는 "청딱지개미반날개에 의한 피부염은 모기처럼 사람을 의도적으로 물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분비하는 페데린 때문에 이 곤충과 인체의 노출된 부위(얼굴, 목, 몸통, 팔, 다리)가 접촉하게 되면 해당 증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때 피부가 건조한 상태일 때보다 땀이 차있을 때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살갗에 벌레가 닿았을 경우 증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 박사는 "다른 민간요법은 피하고, 바로 흐르는 물에 해당 부위를 씻어준 후 거즈 등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빠른 시간 안에 병원에 내원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게 좋다"면서 "전문의가 정확한 원인과 증상을 파악하기 전에 아무 피부연고를 바르지 말고,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해당 부위를 손으로 만지거나 긁는 등 비비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해당 증상 또한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연 치유 과정을 거쳐 완치가 된다"면서 "증상이 10~12일이 경과하면 색소침착을 남기고 치유과정을 보이게 된다"고 덧붙엿다.


청딱지개미반날개 피부염/사진제공=연세대학교 의학대학 열대의학연구소 이인용 박사


◇모기용 살충제, 효과 입증 안돼

청딱지개미반날개가 집에 들어왔다고 바로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이 박사는 "살충제 중 모기 살충제가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모기와 종류나 개체크기 등이 다른 곤충이어서 확실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청딱지개미반날개를 잡겠다고 실내에 살충제를 많이 뿌리게 되면 살충제의 독성이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두 마리 정도가 눈에 띄는 수준이라면 맨손 대신 장갑을 끼거나 휴지·헝겊으로 감싸서 잡는 것이 좋다. 방제의 경우 지역 보건소나 시 구청 등의 기관에서 전문 방역업체와 협조해 이에 맞는 방역을 해야 한다. 이 박사는 "약제를 잘못 선택하게 되면 익충의 생태계를 파괴하여 오히려 생태계에 손상을 줄 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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