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10년만에 최악…무역전쟁의 역습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19.10.02 08:00

[월가시각] 美제조업 PMI 두달째 위축…"백악관, 사실은 중국 투자 제한 메모 돌려봤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가 10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됐다. 두달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며 침체가 확인됐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역전쟁이 길어질 경우 경기의 추가 냉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美제조업 PMI 두달째 위축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9월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7.8로, 전월 49.1보다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시장 전망치 50.2를 크게 밑돌았다.

이로써 미국의 제조업 PMI는 두달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제조업 경기둔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규 주문, 생산, 재고 등을 토대로 발표되는 경기동향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 9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제조업 PMI 확정치는 45.7로 집계됐다.

전월의 47.0보다 떨어진 것으로, 2012년 10월 이후 6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제조업 부진의 책임을 씌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파월 의장과 연준이 (금리를 높게 유지하며) 다른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강해지게 했다"며 "우리 제조업체들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며 "연준은 그들 자신의 최악의 적이다.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트라이베카 트레이드그룹의 크리스티나 프롬헤르츠 CEO(최고경영자)는 "제조업 경기의 냉각은 1년 이상 끌어온 무역전쟁의 결과"라며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그 충격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침체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43.79포인트(1.28%) 떨어진 2만6573.0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6.49포인트(1.23%) 내린 2940.2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0.65포인트(1.13%) 하락한 7908.68에 마감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전략가는 "우리는 제조업 경기의 지속적인 악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계속되는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줌에 따라 주가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사실은 중국 투자 제한 메모 돌려봤다"

한편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금융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미중 갈등 격화 우려가 높아졌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국 백악관이 최근 중국에 대한 금융투자를 제한하는 방안 검토에 대한 메모를 내부적으로 돌려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은 대중국 금융투자 제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말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증권으로의 자본 투자를 제한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 절차를 다룬 정책 메모를 내부적으로 회람했다. 메모는 이 방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9월30일과 10월4일 사이에 미 행정부와 백악관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정책조정회의 개최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지난달 27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금융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 등은 최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주재로 중국 압박을 위한 회의를 열고 중국 기업들의 미 증시 상장폐지와 미 연기금의 중국 투자 제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증시 벤치마크 지수의 중국 비중 상한 설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중국 정책을 주도해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통신의 해당 기사 내용 중 절반 이상은 매우 부정확하거나 완전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나바로 국장은 기사의 어느 부분이 부정확한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은 오는 10∼11일 워싱턴D.C.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FTSE러셀의 알렉 영 상무는 "제조업 지표 부진이 글로벌 경제둔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며 "이달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도 미중 양국이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실물경기 후퇴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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