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보다 무서운 디플레이션, "진입 전에 탈출해야"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 2019.10.01 16:52

'소비·투자지연→경기둔화→고용감소→물가하락' 악순환…日 잃어버린 20년 결정타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가격하락을 예상한 사람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유효수요가 감소해 성장률과 물가가 주저앉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동반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일본이 겪은 장기침체, '잃어버린 30년'이란 늪에 빠진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9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 소비자물가가 8월(-0.04%)에 이어 두달째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대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보다 경제에 위협적인 이유는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물가 하락이 고착화되면 사람들은 소비를 미래로 미룬다. 예컨대 현재 100만원인 스마트폰 가격이 다음달 90만원으로 하락할 것이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오늘 스마트폰을 사지 않는다.

문제는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가격하락이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하락은 매달 반복되고 상품구매는 줄어든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가격이 하락하면 민간소비는 바닥을 향하게 된다.

투자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 반도체 수출감소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가 결정적 이유지만 급격한 가격하락도 한 몫했다.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들이 더 낮은 가격에 반도체를 구매하기 위해 투자를 미뤘기 때문이다.

소비·투자심리 위축은 곧바로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 경기가 둔화될 것을 전망한 기업들이 추가로 사람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세대 고용이 직격탄을 맞는다.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명목임금은 하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업의 실질임금 부담은 늘어난다. 기업들은 기존 노동자 임금을 줄이기 보다는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젊은 노동자 임금을 줄인다.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높은 청년층이 가난해지면 민간소비는 줄고, 물가는 다시 하락한다. 소위 '디플레이션 스파이럴(악순환)'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20년, 30년으로 확대된 것도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8년 3분기부터 2006년 1분기까지 27분기 동안 소비자물가가 하락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부터 2013년 2분기까지 17분기간 물가하락을 겪었다. 해당 기간동안 경기침체는 만성화됐다.

또 일본의 디플레이션은 자산가격 하락과 금융부실을 동반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붕괴로 발생한 부실채권 처리를 미뤘다. 경기회복에 따른 지가상승을 기대한 것이지만 자산가격이 오르지 않으면서 1990년대 후반 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이 도산했다. 이에 따른 금융중개기능 악화는 장기침체 도화선이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물가 상황에서는 통화·재정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진 후에는 정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저물가 상태에서는 금리는 낮추거나 확장재정을 통해 물가를 높일 수 있지만 디플레에 빠지면 현금선호가 극단적으로 강해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간부문에서 자연스럽게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는 정책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도 "시장에 경기방어 신호를 보내고, 성장친화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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