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학자금대출 '2천조' 美도 골치…깎아주고 안받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10.01 18:30

학자금 대출, 미국 개인 부채 중 가장 큰 비중 차지…연방정부와 주정부·기업·P2P 플랫폼 등 대책 잇달아

편집자주 | ‘집 사면 금리 1%, 공부하면 7%’.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2%대로 낮춰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보는 청년들의 마음은 무겁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고도 2금융권 수준인 7%대 이자를 내야 한다. 취업을 못한 청년들은 사회에 나올 때부터 짊어진 ‘빚’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이자를 낼 돈이 없어 매년 1만8000명의 청년이 ‘신용유의자’가 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학자금 대출로 인한 청년 부채 증가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인한 미국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약 2000조원에 육박했다. 청년들이 학자금 상환에 묶여 주택, 자동차 구입 등 소비를 하지 못하면서 미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 나오자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에서는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액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 대학생 약 4470만명이 학자금 마련을 위해 총 1조6000억달러(약 1917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보다도 많은 것으로, 미국의 개인 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출 이자율은 5~7%여서 2022년에는 2조달러(약 2387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30일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왼쪽)과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오른쪽). /사진=로이터

이 때문에 학자금 대출 문제는 차기 미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대선경선 레이스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요 이슈다. 민주당 유력주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오바마 행정부 때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냈던 줄리언 카스트로 모두 공립대학 무상교육 공약을 내걸었다. 샌더스는 "대학교육을 받은 '죄'로 평생 빚을 갚아야 하는 부조리를 청산하겠다"며 월가에서 주식과 채권을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거둬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겠다고 밝혔다. 워런 역시 소득 수준에 따라 빚을 차등 탕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툴레인대학 소속 경제 전문가인 더글러스 해리스 교수는 "유권자 5명 중 1명꼴로 대학 등록금 빚을 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공약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 정부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뉴멕시코주는 내년부터 주내 29개에 이르는 공립대학 학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 등 일부 주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학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소득에 관계없이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뉴멕시코는 셰일 오일로 벌어들인 주 정부 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다. 미셸 루한 그리샴 뉴멕시코 주지사는 "장기적으로 뉴멕시코의 경제가 성장하고 주민들의 수입이 증가하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의 로버트 스미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20일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젊은이들의 소비가 줄어드니 기업들도 나섰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은 지난 5월 고객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는 '와퍼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버거킹 모바일 앱을 통해 이메일 주소와 한달 학자금 대출 결제 내역을 등록한 사람들 중 추첨을 통해 최대 10만달러(1억20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갚아준 것이다.

투자회사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스미스는 한 사립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졸업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통큰 발표'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는 모어하우스 칼리지 졸업식에서 4000만달러(약 477억원)에 달하는 졸업생들의 빚을 모두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학생 스스로가 학자금 대출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소파이(SoFi)'가 대표적이다.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의 약자인 소파이는 낮은 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줄 뿐 아니라 대학생들의 생애주기를 분석해 대출금을 가장 잘 갚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재무설계를 돕는다. 앤서니 노토 소파이 CEO는 "우리는 채무자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데에 큰 중점을 두며 그들의 경력을 관리하고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소파이는 지금까지 25만명 이상 회원에게 180억달러를 빌려줬다. 소파이는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을 투자받아 가치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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