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운명 결국 '여왕'이 결정할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0.01 14:32

브렉시트 시한 앞두고 정정 혼란 절정…잔류파, 여왕에 총리 해임 요청 계획

영국의 엘리자메스 2세 여왕. /사진=AFP통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손에 영국의 운명이 달렸다. 이달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을 앞두고 영국 내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여왕의 선택에 따라 사안의 향배가 바뀔 수 있어서다. 그러나 상징적인 국가원수에 불과한 여왕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오는 19일까지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하지 않으면 여왕에게 존슨 총리를 해임하고 새로운 총리를 지명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이른바 '험블 어드레스(Humble Address·하원이 군주에 보내는 메시지)'다.

영국 하원은 지난달 4일 노딜 브렉시트 충격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시한을 10월31일에서 2020년 1월31일로 3개월 연기하는 내용의 '벤 법안(Ben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존슨 총리가 오는 19일까지 EU와 브렉시트 재협상에 실패하거나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이를 무시하고 있어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그래서 잔류파가 생각해낸 방안이 험블 어드레스다. 존슨 총리가 벤법을 무시하고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면 여왕을 앞세워서라도 노딜 브렉시트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미 노동당의 해리엇 하먼과 보수당의 케네스 클라크 등 새로운 총리 후보도 거론되고 있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잔류파인 도미닉 그레베 전 법무장관은 "(존슨 총리 해임 뒤) 거국중립내각(government of national unity)을 구성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면서 "하원에 이를 지지하는 의원 수도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거국내각은 야당 지도자(코빈 당수를 지칭)가 이끌 수는 없다"면서 "그는 너무 편파적이라 거국내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실제로 총리를 해임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입헌군주제를 뒤흔들 정도로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큰 일이기 때문이다. 험블 어드레스도 19세기 말 빅토리아 시대 이후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존슨 내각의 한 장관은 익명으로 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험블 어드레스가 총리를 해임할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야당과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당 의원들은 존슨 총리 축출이 오히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에 총리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신 험블 어드레스를 통해 정부가 '노란 망치 작전(Operation Yellowhammer)'이라 불리는 노딜 브렉시트 관련 대책을 더욱 구체화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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