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기부양 위한 '선별적 감세' 카드 꺼낼 시기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9.10.01 06:20

[같은생각 다른느낌]제로금리 보다 재정지출 확대와 선별적 감세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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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기관에서 잇달아 국내 경제성장률이 애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OECD는 ‘중간 경제 전망’을 발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2.4%에서 2.1%로, 내년 2.5%에서 2.3%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25일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19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내년 성장률을 2.5%에서 2.4%로 각각 낮췄다.

국내 기관도 마찬가지다. 7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5%로 예측했으나 한국은행은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2.2%, 내년 2.5%로 수정 전망했다. 또한 9월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2.1%로 하향조정했다.

OECD는 G20국 대부분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1~2%대에 머물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G20국 중 5위, 내년 G20국 중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2019년 2.9%, 2020년 3.0%로 전망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OECD는 세계 경제 위험의 4가지 요소로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교역둔화 △중국 성장 둔화로 인한 글로벌 GDP 감소 △노딜 브렉시트로 영국과 유로존 타격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 급증과 수익률 곡선 평탄화 등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위축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직접 타격을 입힌다. 또한 건설투자, 설비투자 감소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부추긴다. 장래 인구감소까지 예정돼 있어 소비지출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이에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에서 1.5%로 내렸으나 올해 한 차례 더 인하할지가 관심거리다.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돼 국내도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가격 상승을 내심 바란다. 하지만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며 최후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금리를 인하해도 투자와 소비가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유동성 부족보다는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로 대변되는 보호무역주의와 교역량 둔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선진국들이 앞다퉈 금리를 낮췄으나 경기 부양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지난해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통해 반짝 성과를 거뒀으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4~0.5%p씩 줄어들 전망이다. 일본은 아베 정부 들어와 재정부채가 급속히 늘었으며 수출과 소비 모두 부진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8%로 고꾸라졌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유럽도 잇달아 금리를 인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국가간 금리 인하 경쟁으로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또다시 금리가 인하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내의 경우에는 금리 인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위험이 크다. 금융권 수익 악화와 예금 저축자의 생활 안정성도 위협한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는 향후 경기 조절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9월 한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금리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라는 의미이며 단기적으로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금리 인하보다 재정지출 확대를 지지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일본의 경우 240%에 이르나 한국은 40% 정도로 OECD국들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해 충분한 여력이 있다.

지금은 실물 경제 성장으로 금융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부품소재기업, 혁신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일시적 곤란에 빠진 성장기업이나 소비지출을 견인할 기업을 선별해 세금 우대·면제 조치로 내수와 수출 견인에 나서야 한다. 재정부채 비율 40% 프레임에 갇혀 머뭇거리다가는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려면 정책 믹스로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투자와 소비를 즉각적으로 늘리려면 성급한 금리 인하로 제로금리에 도달하기보다는 확장적 재정지출과 선별적 감세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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