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 "미친척하고 샀다"… '강아지 구충제' 품절사태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 2019.09.27 11:43

펜벤다졸 제품 품절현상에 동일 성분 대체제 구입·복용

강아지 구충제(펜벤다졸)로 말기암을 치료했다고 하는 조 티펜스 씨 인터뷰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제품명: 옴니큐어)로 항암치료에 나서는 말기 암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어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말기 암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이 암환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동영상은 2018년 '네이처'에 실린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을 근거로 펜벤다졸이 비소세포성폐암(NSCLC), 림프종, 전립선암, 췌장암, 직장암 등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펜벤다졸이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영양분인 포도당 섭취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암세포가 사멸했다는 게 논문의 골자다. 이는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 섭취를 막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대사항암제와 동일한 기전이다.

이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암환자들은 펜벤다졸 치료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일부 약국에서는 해당 제품이 일시 품절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일반약에 동물의약품까지 취급하는 서울시내 한 약국 약사 A씨는 "최근 펜벤다졸을 구입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늘었다"며 "대전에서 환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듣고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암환자 커뮤니티에서는 펜벤다졸 관련 정보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다. 어떤 암환자는 자신이 해외 논문 사이트를 통해 찾은 펜벤다졸 논문을 공유하는가 하면, 또 다른 암환자는 펜벤다졸을 어디서 샀는지 등의 정보를 알렸다. 심지어 펜벤다졸 품절 현상으로 구입이 어려워지자 펜벤다졸 성분이 포함된 다른 동물의약품을 샀다는 암환자도 있다.

한 암환자 가족은 "어머니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다가 이제는 항암치료조차 받지 않는 상태"라면서 "그냥 두고볼수만은 없어 미친척하고 펜벤다졸을 구입해 복용을 시작했다.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폐암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도 대열에 합류했다. 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모험 한 번 해볼까 한다"며 펜벤다졸 복용 시작을 알렸다.

의료계는 우려한다. 네이처에 공개된 논문이 동물 임상 수준에 불과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요즘 펜벤다졸 치료법에 대해서 문의하는 환자가 많다"며 "더 이상 치료조차 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들이 오죽하면 이러겠나 싶지만 펜벤다졸 복용으로 암 치료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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