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의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대형마트들의 힘겨운 생존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이라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다. 심지어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의 점포수는 처음으로 감소했다.
유통업계는 최근 긴장모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국 이슈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당은 일찌감치 민생입법 처리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을지로위원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가맹사업법 등 이른바 유통관련법 개정을 제 1순위 과제로 제시했다. 복합쇼핑몰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고, 복합쇼핑몰에도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유통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유통정책과 법제도는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의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대형마트 vs 전통시장’, ‘유통대기업 vs 소상공인’이라는 이분법적이고 대결적인 구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적자에 허덕이는 등 오프라인 유통의 입지가 급속히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아직도 대형마트 규제를 통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보호라는 낡은 구호를 외치며 시퍼런 규제의 칼날을 갈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민생 드라이브 의욕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사실 대형마트 규제는 애초부터 잘못된 과녁이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산업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시 소비자 쇼핑행태를 조사한 결과,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답은 12.4%에 불과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는 오간 데 없고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만 더욱 위축시킨 셈이다.
시장현실에 역행하는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상공회의소가 강력한 태클을 날렸다. 대한상의는 과거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걱정하는 시기에 만들어진 대규모 점포 규제는 현시점에 적합하지 않다며 재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 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유통산업발전법 제 1조) 과연 대형마트 규제는 소비자 보호나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는가. 혹 발전법의 탈을 쓴 규제법은 아니었는가.
이제 정치권이 박 회장의 호소에 답할 차례다. 그 출발점은 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변화된 시장을 직시하는데 있다. 규제만능주의는 과감히 손절해야한다. 그래야 버려진, 잊힌 자식, 경제가 살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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