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산의 10년, 한국의 10년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9.24 15:43
"거의 10년 걸렸네요"

지난 18일 두산중공업 창원 공장.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이 최종 조립되는 순간 목진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럴만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만 독점한 기술을 스스로 구현한 날이었다. 곧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낸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의 속사정을 헤아리면, 이날 회사 임직원들의 감격은 더했을 법 싶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최고수준의 원전 핵심 설비 제작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당연히 탈원전의 직격타를 맞았다.

이익이 곤두박질쳤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일을 쉬었다. 중간지주사 격인 이 회사의 위기는 두산그룹 위기로 번졌다. 이제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 그리고 두산그룹 부활의 엔진이 되는 셈이다.

이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 이탈리아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손에 넣으려 했지만 2012년 무산됐다. 이탈리아가 '국가 핵심 전략자산'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긴 호흡을 갖고, 1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어 자체개발에 성공했다.


탈원전이라는 외생변수 발생에 부랴부랴 일을 벌였다면 어땠을까. 지금 당장 부활의 엔진이 필요한 두산중공업에 가스터빈은 기약 없는 신기루가 됐을 것이다. 회사는 10년을 준비하고 기다려 위기의 버팀목을 만든 경험을 이미 가졌다.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을지언정 두산중공업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국가 경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헤쳐나가야 할 전 세계적 경기 위축의 파고는 두산중공업이 직면한 탈원전 국면이다. 밖에서 다가온 위기다. 우리에게도 수많은 외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내부의 반목과 대립이 먼저라는 지적이 경제인들 사이에서 나온다. 경제가 이른바 '잊혀진 자식'이 됐다.

"경제 이슈에 있어서 만큼은 10년 후 미래를 보고 해야 할 일을 찾았으면 한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최근 쓴소리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18만 상공인의 대표자인 동시에 두산맨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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