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는 못살겠다" 美 '강경노조' 부활 움직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9.24 04:30

'가입률 10.5%' 노조 36년새 반토막
경제난 밀레니얼세대 주축 '목소리'
내년 대선 앞둔 정치권도 지원사격

/AFPBBNews=뉴스1
미국 노동자 10명 중 1명가량만 노동조합에 가입할 정도로 영향력이 줄어가던 노조가 다시 목소리에 힘을 내고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조 지원공세에 이어 경기침체 우려 등 경제적 요인으로 강경 노조가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수십년간 영향력이 감소하던 노조가 최근 정치적·경제적 힘에 의해 다시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 소속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 4만9000여명은 임금 상승과 미 공장 폐쇄 반대 등을 이유로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고, 캘리포니아주는 차량공유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잇단 시위에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노조 가입 비율은 매년 하락세를 보여왔다. 미 노동통계국이 집계를 시작한 1983년만 해도 전체 노동자 중 노조 가입 비율은 20%를 넘었는데 지난해는 10.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감소세는 경제와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여년 전통 제조업은 경기침체 등으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일자리를 잃어왔고, 아마존과 우버 등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을 늘렸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조들이 힘을 잃은 것도 주요 원인이다. 이번에 GM 파업을 주도한 전미자동차노조(UAW)도 당시 미 자동차 빅3가 모두 파산 위기에 몰리자,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고 각종 혜택을 축소하기로 하며 한동안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최근 다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진 것에 대해 FT는 "노후 불안정, 경제적 불평등 심화, 건강보험 비용 상승 등 미국 경제의 취약성이 커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 가장 큰 불만을 가지며 노조 활동에 적극적인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다. FT는 "밀레니얼세대는 학자금, 주택구입 등 각종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가장 부족한 세대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가장 높기도 하다"면서 "이들이 가진 경제적 우려가 노조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노조 가입 비중이 낮은 서비스 분야에서 뭉쳐 '시급 15달러 운동'을 수년째 펼치는 등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10년째 7.25달러를 유지하다 지난 7월 하원에서 15달러 시급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미국의 각 지방정부는 연방 최저임금과는 별개로 시급 15달러를 선도입하는 등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우버 같은 공유경제에 소속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원칙적으로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여기에도 밀레니얼세대가 주류인 프리랜서조합과 캘리포니아 노동연맹 등이 활약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에서 연일 노조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등 지지 행보를 보이는 것도 노조가 다시 부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미서비스노조(SEIU)는 미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공유경제와 서비스산업의 노동자들이 더 쉽게 노조를 결성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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