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태영' 자연스레 생긴다…감사보수·시간 '우상향'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 2019.09.22 15:11

중국의 60%수준 감사보수에서 시간과 단가 모두 상승 "한동안 계속 오른다"

"베트남 현지 회계법인과 같이 일을 했을 때다. 베트남 감사보수가 한국보다 높다 보니 적자가 난다. 왜 베트남보다 우리가 더 낮은지 의문이 생기더라"

한 회계법인 관계자가 유독 낮은 국내 감사보수를 지적하며 꺼낸 일화다. ‘회계법인들간의 과열된 수임경쟁 탓에 최저가 감사보수→적자를 면하기 위한 감사투입인력 축소→부실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국내 회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이에 정치권은 지난 2017년 표준감사시간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감사인 등록제 등을 골자로 한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확실한 회계감사를 위해 충분한 감사시간과 감사대상(기업)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핵심이다.

한국의 감사보수는 미국·일본·중국 주요국과 비교할 때 각각 11%, 31%, 61% 정도 수준이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올해 2월 회계저널에 게재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감사보수 수준 비교연구’ 논문에서 “피감사회사 측면에서 외부감사는 자발적인 수요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지 비용으로만 (감사를) 바라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에도 부실감사로 인한 법적책임을 져야 하는 회계사들은 감사시즌인 매년 1월부터 3월, 주7일에 새벽퇴근을 반복해왔다. 소위 ‘영혼까지 갈아 넣어 만든’ 감사보고서였던 셈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갑(甲)이다보니 단가를 후려치기도 하고 자회사랑 같이 감사를 준다면서 패키지딜로 보수를 깎는 경우도 많았다”며 “‘A회계법인은 이정도 받는다는데 너희는 어떻게 할거냐’면서 최저가로 입찰을 유도하는 등 수법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외감법 도입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주52시간제 도입 등에 힘입어 감사보수의 기준이 되는 단가와 시간 모두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대형회계법인의 한 파트너는 “감사시간은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돼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주52시간제로 회계사 1인당 감사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어 단가도 오르고 있다”며 한동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기업은 감사보수가 너무 올랐다고 하겠지만 사실 너무 낮았던 보수가 정상화 돼가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신외감법 영향으로 기업경영자의 의지가 없이도 자연스레 ‘제2의, 3의 정태영’이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정태영 캐피탈 부회장은 해당 기업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제대로 감사를 해달라”며 기존 보수의 3배가 넘는 감사비용을 지급했다. 어떻게든 감사비용을 낮추려는 분위기가 강했던 당시에 상당한 파격이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2013년 감사보수를 3억300만원에서 이듬해 9억1800만원으로 3배 넘게 인상했다. 같은 기간 감사시간도 3630시간에서 8940시간으로 2배가 훌쩍 넘었다.

당시 회계업계에서는 모범사례로 불렸지만 그 이후 5년간 정태영 부회장의 길을 걸은 경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앞으로는 박수 받는 경영인이 나오지 못하더라도 이같은 풍경은 신외감법 영향으로 자연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회계감사를 비용 또는 지출로만 보는 시각이 문제”라며 “기업이 깐깐한 감사를 받아 제대로된 투자를 받고 자본조달비용을 낮추는 게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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