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뉴스1) 강희정 통신원 = 오스트리아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공되고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핵 없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있는 츠벤텐도르프 원전(Zwentendorf Nuclear Plant)은 1978년 완공된 오스트리아의 첫 원전이다.
핵연료 반응을 조절하는 제어봉 등 여러 주요 시설이 해체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지만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국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이런 필요를 충족해 줄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1970년대 이 반열에 동참하기로 결정, 4~6개의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 원자력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핵 운동이 확산됐다. 각 지역에서 원전 반대 시위가 일어났고, 시위대와 경찰들 사이의 무력 충돌이 뉴스에 빈번히 보도됐다.
결국 이 문제는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1978년 11월5일 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국민투표 결과 불과 0.9%(약 2만표) 차이로 원전 가동이 무산됐다. 원전을 짓고, 또 유지하는 동안 들었던 비용이 10억유로가 넘었지만 환경과 후손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 정서에 따라 오스트리아 국회는 같은 해 12월, 1998년까지 핵 발전을 금지하기로 한 원자력 사용금지법 (Atomsperrgesetz)을 통과시켰다. 1997년에는 만장일치로 계속 핵 없는 나라로 남기로 결정했다.
츠벤텐도르프 원전은 이렇게 단 한 번의 가동 없이 폐쇄됐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판매할 수 있는 설비들은 독일 등 인근 지역으로 판매하고, 나머지 시설물은 견학시설로 사용하기로 했다.
1986년 체르노빌(Chernobyl)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탈원전을 넘어 반핵 정서를 확고히 갖게 됐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및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지역을 제외하고 방사성 낙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원전 금지 결정 후 오스트리아는 1980년대부터 수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했다. 2016년 기준 소비전력의 7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으며, 지금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재생에너지 최강국이다.
2015년 1월부터는 전력 원산지 제도를 시행,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 수입까지 엄격히 금지했다.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탈원전 선택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츠벤텐도르프 원전은 2005년 오스트리아 주요 에너지 공급업체인 EVN이 인수해 독일 원자력 기술자들이 원자로 작동 방법을 학습할 수 있는 교육 시설로 전환했다. 2009년에는 태양에너지 패널 1000개를 지붕에 설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환경 친화적인 원전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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