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DNA 일치할 때 만감이…"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2019.09.19 21:12

'화성연쇄살인사건 DNA분석'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 과장 인터뷰

강필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유전자과장(56) /사진제공=강필원 과장
"수형자와 동일한 유전자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부터 4차 사건 유류품 감정에 들어갑니다. 남은 감정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9일 오후 수화기 넘어 들리는 강필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유전자과장(56)의 목소리에는 책임감이 묻어났다.

강 과장은 1991년 보건연구사 경력공채로 국과수에 발을 들인 후 1992년부터 줄곧 DNA 감정만 담당한 베테랑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6년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 1997년 괌 대한항공(KAL) 폭파,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2003년~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 2014년 세월호 침몰 등 대형참사와 강력범죄 현장에서 희생자와 범인의 신원을 알아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강 과장에게도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 DNA 감정은 특별한 경험이다.

강 과장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 계기가 돼 국과수에서 1991년 DNA 전문가를 뽑았고 그 때 국과수에 들어오게 됐다"며 "30여년이 지나서 용의자를 확인하게 되다니 정말 소설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미제로 남을 뻔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실마리는 수형자 DNA와 사건 감정물 DNA를 대조해 봐야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강 과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한국에는 DNA 분석이 없었고 혈액형이나 인체분비물로 신원을 파악할 때 였다"며 "이후 DNA분석 기술을 도입하고 2010년 수형자 DNA를 데이터베이스(DB)화 한 끝에 이번에 사건 감정물와 DB를 대조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33년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찾아낸 기쁨도 잠시, 강필원 과장은 4차 사건 감정물 분석을 위해 연구실에 앉았다. 4차 사건의 피해자는 23살 이모씨로 1986년 12월13일 밤 11시 화성군에서 스타킹으로 결박을 당한 상태로 피살됐다.

강 과장은 "오늘 경찰에게 4차사건 감정물을 받았다"며 "피해자 옷 등 20여가지 감정물을 대상으로 오늘부터 분석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사건 감정물 분석을 마치는대로 1차·2차·3차·6차 사건 감정물도 차례로 받아 감정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경찰에게 5·7·9·10차 사건 감정물을 받아 DNA가 발견되지 않는 10차 사건 감정물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사건 감정물에서 DNA를 채취해 분석했다.

강 과장은 마지막으로 국내 DNA전문인력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강 과장은 "국내 DNA 분석 기술은 베트남, 몽골로 전수하러 갈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인력은 한없이 부족하다"며 "국내 DNA분석 전문가가 100명이 안되는데 인력이 더 늘면 대형 참사 현장이나 강력범죄 현장에서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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