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4시간 우리음악…국악FM과 국악TV

머니투데이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 2019.09.23 03:47

[기고]김영운 국악방송 사장…국악은 멋과 신명이 조화로운 품격 있는 삶 동반자

교통·통신의 발달로 지구촌이 좁아지면서 온 세계가 ‘글로벌 문화’를 외치는 시기에 ‘민족’이니 ‘겨레’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면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단어를 떠 올리지 않고서는 ‘전통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사람이 자연을 개척하고 변화시켜 온 정신적·물질적 노력의 결과를 문화라 하는데, 사고의 도구인 언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감성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공동체가 ‘민족’이다.

한민족 공동체가 오랜 역사 속에서 가꾸어 온 음악문화를 ‘국악’이라 하는데, 이 말은 분명 ‘한국음악’ 또는 ‘나라 음악’의 뜻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한국역사가 국사가 되고, 한국어문이 국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국악과 한국음악은 결코 동의어로 쓰이지는 않는다. BTS의 음악이나 인기가수들의 대중가요, 한때 ‘한국가곡’으로 불리면서 수많은 봄맞이·가을맞이 '가곡의 밤' 무대를 수놓았던 음악들은 한국음악임에는 분명하지만, 국악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결국 ‘국악’은 한국음악 중에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통음악’만을 가리키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창작국악이니 퓨전국악이니 해서 국악기가 참여해서 연주하는 새로운 음악들도 국악의 범주에 넣는다. 그러니 ‘국악’은 ‘한국의 전통음악’과 그 전통음악의 양식을 따라 만들어진 새로운 음악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음악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개화기 이후 서구사회에서 전래된 서양음악, 그 중에서도 소위 ‘클래식음악’이라 불리는 예술음악과, 방송이나 음반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널리 유통되고 있는 ‘대중음악’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 중에는 20세기 전반기 식민지시기를 거치면서 인접국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과 한국전쟁 이후 서구사회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혼재되어 우리들의 음악적인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음악문화의 틀이 형성된 배경에는 개화기 이후의 학교 교육과 방송·음반 등 대중매체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였는데, 이 무렵 ‘음악은 만국공통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버젓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공통관습시대 서유럽 사회에서 통용되던 이 말이 마치 진리인양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오해를 낳기도 하였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외부에서 전해진 남의 것은 ‘음악’으로, 우리 전래의 것은 ‘국악’으로 불리면서, 마침내 외래음악문화가 우리들의 감수성을 송두리째 지배하게 되었다.


유난히 감성이 풍부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한민족의 음악문화가 외래음악 중심으로 형성된 근·현대의 흐름을 바로잡고, 고유한 감성을 회복함으로써 한민족 문화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가 국악방송 출범이었다.

국악방송은 지난 2001년 3월, 방송을 통해 국악 및 한국전통문화예술을 국민에게 홍보·보급·교육하여 국악의 진흥을 도모하는 한편, 한국전통문화예술의 발전 및 지역의 문화 복지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개국 당시 서울·경기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21시간(재방송 7시간)을 방송하였으나, 지금은 서울·광주·대전방송국을 비롯하여 11개 보조국 등 전국 14개 채널의 라디오 FM방송을 통하여 하루 24시간 우리 전통음악인 국악을 방송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순에는 IPTV를 통하여 우리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건축·음식·복식 등 다양한 전통문화 프로그램을 방송하게 될 ‘국악TV’가 개국하게 된다. 국악방송은 기존의 국악FM방송과 새로운 국악TV를 통해서 온 국민이 다양한 세계의 문화와 소통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문화전통과 감성을 잃지 않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전통문화의 향기를 누릴 수 있도록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멋과 신명이 조화를 이루는 우아하고 품격 있는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하여 국악방송의 FM과 TV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김영운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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