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6일 첫 엔화 표시 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만기가 5~30년인 6개 회사채로 총 4300억엔(약 4조7500억원) 규모였다. 외국 기업의 엔화 표시 채권 발행으로는 사상 최대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어쩌다 일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을까. 비밀은 마이너스 금리다. 일본은행(BOJ)은 2016년 1월부터 정책금리를 -0.1%로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인 BOJ에 예치하는 금액의 일정 부분에 일종의 벌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은행이 돈을 보유하기보다 융자나 투자를 늘리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비교적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의 5년 만기 엔화 채권 표면금리는 0.17%에 불과했다. 단순계산으로 1조원을 빌려도 1년 이자가 17억원밖에 안 되는 것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신용등급도 최고 수준이어서 투자자를 찾기도 쉬웠다.
저금리 시대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버크셔해서웨이뿐만이 아니다. 금융정보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이달 1~17일 세계 회사채 발행 규모는 하루 평균 112억달러(약 13조4000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2016년 9월(104억달러) 기록을 경신했다.
기업이 조달한 자금이 신규 투자나 연구개발로 이어지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근 회사채 발행 급증은 기존 채무 차환이나 자사주 매입 등이 목적인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실제로 미 전자업체 애플은 최근 70억달러(8조원) 회사채를 발행해 주주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했다. 미 미디어 회사 월트디즈니, 프랑스 소프트웨어업체 다소시스템, 음료회사 코카콜라 등도 비슷한 이유로 수십억 달러를 조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무역전쟁 악화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이 더뎌지면서 부채를 돌려막는 기업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면서 "저금리에 기댄 기업의 부채증가는 경기침체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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