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재 경찰이 확보한 단서는 화성연쇄살인사건 5·7·9차 사건 현장 증거물 3건에서 나온 DNA(유전자)다. DNA 주인은 다른 강간·살인사건으로 현재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50대 이모씨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를 범인이 잡힌 8차 사건(1988년 9월 발생)을 제외한 9개 사건의 용의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DNA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입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씨는 이미 18일 경찰의 방문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입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확보된 3건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사건 현장 증거에서도 이씨의 DNA 같은 단서를 찾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DNA 감정이 진행 중"이라며 "다른 증거에서 DNA가 일치하는지는 감정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DNA가 단편적 증거에 그치는 상황에서 증인을 불러 조사하는 방법도 오랜 세월이 지나 난항이 예상된다. 희미한 기억에만 의존해서는 객관성 담보가 어렵다. 경찰은 조사 인원만 2만여명에 달하던 과거 기록을 대조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는 합리성을 요구하는데, 단순히 DNA 하나만 가지고는 어렵다"며 "결국 증명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권이 미흡한 상황에서도 경찰이 진범을 밝힌다면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마지막까지 용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용서를 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식으로 심리적으로 설득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공 교수는 "강간·살인 자체도 가석방 제한 사범이지만,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증거들이 명확히 되면 가석방 혜택을 못 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강간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씨는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으로, 형집행 기간을 고려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경찰은 '공소권 없음'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지만, 수사기관이 장기 미제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는 자체에 의미를 둔다.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시대적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별도 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57명 규모 수사본부를 편성했다. 반 본부장은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표적 미제사건에 대해 역사적 소명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 이내에서 6년 동안 10명의 여성이 희생된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드라마 '갑동이' 등 소재로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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