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내대표는 '삭발 투쟁'이 시작된 이래 한 번도 본인의 삭발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 주로 다른 의원들의 삭발에 대한 의미 부여나 정권 비판을 해왔다. 황 대표가 16일 삭발했을 땐 "우리 투쟁의 비장함을 표시한 거라 생각한다"고 했고, 17일 오전엔 "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저항의 뜻으로 삭발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일"이라 비판했다.
그러니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삭발에 참여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다. 지난 10일, 한 한국당 지지자가 나 원내대표를 향해 "대표님, 우리 머리 다 삭발합시다. 국민이 지금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한 날이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삭발을 감행했을 때도, 나 의원은 동참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 원내대표도 삭발 부탁드린다'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6만여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다만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분들이 하라고 하기도 하고, 하지 말라 말리기도 한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나 원내대표가 삭발하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다.
우선 촉구하는 쪽이다.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17일 "이제 나경원 당신의 삭발 시간"이라며 "결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고, 이에 앞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황 대표의 삭발 소식에 "그럼 나경원은?"하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박지원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의원은 17일 나 원내대표의 삭발과 관련해 "그런 것은 없어야겠다. 황교안 대표 한 분으로 족하다"고 했다. 20세기 구정치라는 비판이었다.
나 원내대표가 삭발을 하더라도, 타이밍상 이미 늦었단 평가도 있다. 김태현 변호사는 17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먼저 해 따라하는 게 돼 버리고, 황 대표가 먼저 해 완전히 밀려서 하는 게 된다"며 "오히려 지금은 하는 게 더 웃겨진다. 늦었다 이미"라고 평가했다.
김현성 상지대 외래교수도 해당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삭발이나 단식 투쟁은 과거 힘 없는 약자들이 마지막에 잡았던 진짜 지푸라기 같은 거였다"며 "근데 국민 공감대가 그만큼 올라와 있나 보면, 대부분 쇼라고 하는 게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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