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의 자신감

황효진 (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19.09.18 09:03
“천재 아니에요?” Mnet ‘퀸덤’에 함께 출연한 팀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 것처럼, 전소연이 프로듀싱한 ‘LATATA’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섯 팀의 걸그룹이 컴백쇼를 놓고 경쟁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데뷔 시기가 가장 늦은 (여자)아이들은 종종 막내로 불리지만, 각자의 히트곡을 재탄생시키는 첫 번째 미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우승한 팀은 이들이었다. 그 중심에는 ‘LATATA’를 직접 작사, 작곡하기도 한 전소연의 프로듀싱이 있다. 그는 ‘주술사’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민니에게 인트로의 태국어 주문을 맡기거나, 주술에 걸린 듯한 댄스브레이크를 넣는 등 곡과 무대 전체를 주도적으로 연출했다. ‘퀸덤’ 첫 회에서 원곡을 편곡한 버전이 아니라 또 하나의 원곡을 보여준 것은 사실상 (여자)아이들의 무대뿐이었고, 그 때문에 이들의 우승은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LATATA’부터 ‘Uh-Oh’까지 해야 할 뮤직비디오, 입어야 할 의상까지 제가 정한 콘셉트였거든요.” ‘퀸덤’에서 첫 무대가 시작되기 전 밝힌 것처럼, 전소연은 (여자)아이들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서 데뷔부터 지금까지 쭉 팀의 색깔을 만들어오고 있다. 스스로 ‘에스닉 시리즈’로 부르기도 하는 ‘LATATA’와 ‘한’, ‘세뇨리따’는 한 가지 키워드나 카테고리로 설명할 수 없고 다른 어떤 걸그룹과도 묶기 어려운 (여자)아이들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가장 최근 발표한 뉴트로 붐뱁 장르의 ‘Uh-Oh’는 전소연이 힙합 스타일의 음악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이 팀의 색깔과도 잘 맞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소연은 좋은 곡과 콘셉트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보컬 디렉팅까지 도맡으며 멤버들 각자의 특성마저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가령 데뷔곡 ‘LATATA’가 단숨에 인기를 얻고 (여자)아이들의 신인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노래 자체의 힘이기도 하지만, 멤버 각각이 가진 목소리의 결이 곡과 잘 조화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기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중성적인 느낌을 굳이 다듬지 않는다거나, 귀에 잘 꽂히는 미연의 목소리를 좀 더 대중적인 멜로디의 후렴에 배치하고 전소연의 튀는 목소리를 효과음처럼 사용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전소연은 그야말로 자신이 만드는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는 프로듀서다.


그동안 걸그룹 멤버들은 프로듀싱 능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이그룹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져서 그 능력을 키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거나, 프로듀싱 능력이 대중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의 프로듀싱 능력은 주목받지 못했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소연은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여자)아이들이라는 팀의 셀링포인트 중 하나로 가져간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가 무대 위와 아래에서 일관적으로 팀과 곡, 본인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 저 왕관을 내놔 맞아 그 Queen이 나야 등장에 기죽지 말아 아직 자랑할 게 많아” ‘퀸덤’의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전소연이 랩으로 들려준 선언에 긴장하는 건, 함께 출연하는 걸그룹 멤버들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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