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차에 붙은 '안면인식 카메라' 논란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 2019.09.17 14:52

경찰, 안보 이유로 안면인식 기술 도입
2년간 용의자 58명 잡는 성과 올렸지만
인권침해 논란… 정치권도 우려 목소리

안면인식기술 카메라를 통한 모니터링 화면의 예시(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AFP
CCTV가 많은 영국에서 안면인식 감시카메라가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은 테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CCTV를 대폭 늘렸는데,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이 들어간 감시카메라까지 안보에 활용되면서 시민들의 사생활이 한층 위협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안면인식 감시카메라가 영국에서 논란이라면서, 국가 감시에 대한 영국인들의 오랜 '관용'이 시험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런던은 약 42만대의 CCTV가 설치돼, 베이징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CCTV가 많은 도시에 올랐다. 이처럼 영국인들은 이미 당국의 감시에 익숙하지만 안면인식 카메라가 경찰 등에 의해 활용되면서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안면인식 기술 사용 문제가 공론화 된 대표적인 예는 지난 5월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한 남성이 경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다. 영국 자유민주당 지방의회 의원 출신인 에드 브리지스는 길에서 사우스웨일스 경찰이 안면인식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허락 없이 촬영한 것은 사생활 및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등법원은 이달 4일 경찰의 이러한 감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NYT는 사우스웨일스 경찰이 영국 내무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안면인식 기술을 가장 널리 활용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사우스웨일스 경찰은 대규모 지역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안면인식 카메라를 설치한 경찰차를 행사장 인근에 배치해 당국 감시 목록에 오른 용의자를 찾는 데 쓰고 있다. 2017년 이후 사우스웨일스 경찰이 이 기술로 잡은 용의자는 58명에 달한다.

런던 경찰도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안면인식 기술을 시범운영 했다. 안면인식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읽어 감시 대상자가 인식되면 알리고, 경찰관들이 곧바로 출동해 잡는 식이다.


NYT는 경찰 같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 런던의 대규모 부동산 개발업자가 도심 한복판인 킹스 크로스역 인근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쓴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면인식 기술 활용이 확산하자 영국 의회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하원 내 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 7월 안면인식 기술 관한 법률 체계가 확립되기 전까지 정부가 기술 사용 일시중지 조치를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덴햄 영국 정보위원회(ICO) 위원장은 경찰과 민간업체에 의한 안면인식기술 사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사디크 칸 런던 시장도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심각하고 광범위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NYT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 투명성이 부족한 점을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경찰의 '감시 대상자 목록'은 안면인식 카메라가 색출할 대상을 나열하고 있어 기술 활용의 근간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 목록이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알려진 바가 없다. 안면인식 기술 금지를 주장하는 영국의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의 실키 카를로 사무총장은 "정책 입안자들이 너무 늦게 논의에 들어갔으며, 향후 기술이 낳을 결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기술 도입 논의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단계를 건너뛰어 버렸다"고 우려했다.

기술윤리학 전문가인 산드라 와치테르 옥스포드대 부교수 또한 "안면인식 기술의 용의자 확인 능력이 입증된다고 해도, 언제 기술을 사용하고 어떻게 감시 대상자 목록을 구성하며, 데이터를 얼마나 오래 저장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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