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디플레 복병 '사우디 테러'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19.09.16 19:38

소비자물가 하락 요인 반전…교역조건 악화에 기업·가계 체감경기 위축 우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과 유전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0% 넘게 급등했다. 2019.09.16. dahora83@newsis.com

디플레이션 논쟁 한복판에서 유가상승이라는 대형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1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사우디 사태로 국제유가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출입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이 물가 측면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입물가는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0.0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을 일으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무상급식 등 정부정책,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물가하락과 재고급증이 불러올 디플레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타난 사우디 사태는 일단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단면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 의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는 주춤해질 전망이지만 그 불똥이 자칫 경기침체를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데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도 상당히 컸다"며 "만약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면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주춤하면 디플레 논쟁은 잠잠해질 수 있지만 정반대상황도 가능하다. 국제유가 상승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우다. 특히 동절기 난방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게 된다.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기업 채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석유화학, 석유정제업, 운수업 등이 대표적이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으로 정제해 수출하는 일부 업종에서는 수출가격 인상을 통한 채산성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경제 전체로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소비, 투자여력이 줄게 된다.

교역조건 악화도 장기화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말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덜 오르거나, 수입가격보다 더 크게 떨어질 때 하락한다.

그동안은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영향이 컸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엎친 데 덮치면서 교역조건 악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해 들여올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사우디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전망과 관련 "아직 사태 초기 단계라 파장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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