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 풀어봤자 인구 안늘면 경제성장률 하락 못막는다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 2019.09.18 06:20

[같은생각 다른느낌]재정지출 확대하고 인구도 늘려야 경제성장률 하락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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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락세가 심상찮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60년대 10%대에서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성장잠재력이 하락하면서 기존 추정치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졌고 실제성장률은 더 빨리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은 조사통계월보 8월호에서 "2001~2005년 중 5.0~5.2% 수준이던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 중 3.0~3.4% 수준으로 하락한데 이어 2016~2020년 중에는 2.7~2.8%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또한 "2019~2020년 중 잠재성장률은 2.5~2.6% 정도며 실제성장률은 이보다 0.1~0.2%포인트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잠재성장률은 국가가 보유한 자본과 노동력 등의 생산요소를 활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하면 자본과 노동력을 잘 활용했다는 의미이며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으면 과열, 낮으면 부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은 기술·제도 혁신으로 인한 총요소생산성이 0.9~1.0% 수준으로 정체된 가운데 자본투입과 노동투입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나타났다. 자본투입 기여도 감소는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선 데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경기 둔화, 건설경기 부진 등이 그 원인이다.

노동투입 기여도 하락에는 인구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구성장률은 1961년 2.97%에서 올해 0.20%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14세 이하 인구는 1973년부터 줄었고 15~64세 청장년층은 올해부터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처음으로 군인, 사회복무요원, 수감자 등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가 6만4000명 줄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 변화에 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반기는 경우까지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인구 감소가 부동산 문제, 일자리 감소, 입시 과열 등을 해결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감소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노령층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경제위축을 가져온다. 또한 평균 연령을 상승시켜 사회 활력을 저하시키고 노인부양비를 증가시켜 미래 세대의 부담을 크게 높인다.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서는 "각종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노동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함으로써 기술혁신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해야 한다"고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고 저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둔화속도를 완화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단기적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최근에는 즉각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보려면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가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금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에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며 한국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은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재정적자를 무릅쓰더라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려 총수요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지했다.

현재 대내외 상황이나 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잠재성장률 하락은 피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인구 감소 문제를 빼고 엉뚱한 해결책을 찾거나 재정적자 위험성만 강조해 공포심을 조장한다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없이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경제구조 개혁과 함께 인구 감소 악영향에 대비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해 수요를 견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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