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아랍의 봄'? 튀니지 대선 '아웃사이더' 유력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9.16 18:44

'아랍의 봄' 이룬 기성 정치인 전부 낙선…정부 부패, 높은 실업률과 물가에 민심 등돌려

15일(현지시간) 튀지니 대선의 나빌 카루이 후보가 출구조사서 2위를 기록하자 그의 지지들이 환호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실시된 대선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2011년 북아프리카·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의 주역인 기성 정당 후보들은 모두 낙선한 반면 '아웃사이더' 후보들이 결선 투표에 진출하게 됐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튀니지에서 실시된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직후 나온 출구조사 결과 보수 성향의 법학 교수 카이스 사이에드 후보가 19.5%를 득표하면서 1위를 차지했다. 언론계 거물인 나빌 카루이 후보는 15.5%를 득표하며 2위를 기록했다.

온건 성향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의 압델파타 무루 후보는 11%를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유세프 샤히드 현 총리, 메흐디 조마 전 총리, 압델카리 즈비디 전 국방장관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어느 후보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1, 2위인 사이에드 후보와 카루이 후보가 결선 투표에 나설 전망이다. 무소속의 사이에드 후보는 솔직한 성격과 반체제 이미지로 젊은 층 사이에서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카루이 후보는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을 자선 모금 활동에 활용하면서 민심을 얻었다.

카루이의 대변인인 하템 믈리키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오늘 튀니지인들은 권력의 변화를 원했다"면서 "우리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이에드 후보도 인터뷰를 통해 "(유권자들이) 혼란을 희망으로 바꾸라는 막대한 책임감을 부여했다"면서 "(이는) 튀니지 역사의 새로운 발걸음이자 새로운 혁명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에서 치른 두 번째 대선이다. 이에 따라 8년 동안 튀니지를 이끈 세속주의 정당 타하야 투네스당과 엔나흐다 등 기성 정치권이 전부 밀려나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패와 높은 실업률과 물가 때문에 민심이 기성 정치권에 등을 돌렸다고 보고 있다. 경제·치안이 악화하는 가운데 기성 정치인들이 부패 스캔들에 재차 연루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튀니지의 7월 실업률은 15.3%를 기록하고 있으며 9월 물가도 전년대비 6.7% 올랐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과거 부패에 연루된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에게 면제권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튀니지에서는 올해 초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를 모방한 정부 부패, 높은 실업률과 물가 등에 반발하는 '빨간 조끼'(gilet rouge)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를 인용, "2011년 혁명 이후 8년 동안의 경과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가 많아졌다"면서 "심지어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유권자들도 나타나면서 튀니지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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