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10대'에 정유·화학 불황 깊어지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9.09.16 14:23

정유·화학 원자재 원유값 상승 불가피…장기 급등시 최악의 시나리오

'드론 10대' 탓에 정유·화학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새벽에 뜬 드론 10대가 원유 공급의 젖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단지와 유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유가 급등이 예고된 탓이다. 원유가 핵심 원자재인 정유·화학 업계에서는 다운사이클(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화학 업체들은 이날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보며 추후 유가 상승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한국 업계 도입 비중이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A 정유·화학사 관계자는 "사실상 별도 거래소가 없는 두바이유는 두바이와 싱가포르 등에서 바이어들이 거래하는 가격을 기반으로 가격이 파악된다"며 "사우디 사건 후 첫 거래일인 이날 가격에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이날 한국시간 저녁 6시 전후로 업계에 공유가 될 전망이다.

업계 반응을 종합하면 두바이유 가격은 큰 폭 뛸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 거래소에서 장중 15% 이상 급등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원유공급에 직접 영향받는 두바이유 가격은 타 유종보다 변동폭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업계 영향은 두바이유 가격의 상승폭과 상승기간 등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 같은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현 수준 이상의 가격 상승은 업계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B 정유·화학사 관계자는 "보통 정유, 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뛰면 제품에 마진을 더 붙이거나 유지해 이익을 키우거나 보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탓에 제품 수요 자체가 둔화된 상황이라 지금은 마진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현재와 같은 '다운사이클' 시기에는 지난 3개월간 진행된 배럴당 50~60달러 수준의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유지된 가운데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제 당분간 유가 상승이 불가피해 마진 위축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가 상승이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업계가 바라는 최적의 시나리오는 이번 달 안에 사우디 사태가 마무리돼 유가 상승 폭과 기간이 최소화되는 것이다. C 정유·화학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국면이 이번 달 안에 마무리되면 오히려 3분기 실적 방어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9월 한 달 만 뛰고 만다면 기존 가격에 사둔 원유 평가 가치가 올라 당장 3분기 이익 확대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제품 마진 둔화 기간도 최소화할 수 있다.

유가의 장기간 급등세 지속은 업계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 상승과 제품 수요 둔화를 동시에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의 다운사이클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유와 화학 업을 함께 운영하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물론 정통 화학사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하반기 실적 추락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과 사태의 조기 수습으로 상승폭과 기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혼재한다"며 "앞으로의 유가를 예단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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