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국채 3분의1은 '마이너스 금리'...부작용 우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9.09.15 15:13

8월말 마이너스금리 국채 16.8조 달러...투자등급 국채 중 34%..."해외국채 금리 투자자 보호 필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은행 수익성 악화, 연기금 수익감소, 해외금리 연계형 상품 투자자 손실 등 금융시장에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15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마이너스 국채 금리 국채 규모는 16조8384억 달러(약 2경원)로 전세계 투자등급 국채 중 34%를 차지했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직후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는 34억 달러(약 4조원)였으나. 2016년 6월말 12조2000억 달러(약 1경4500조원)를 상회했다. 이후 경기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0월초 5조7000억 달러(6808조원)까지 감소했으나,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와 미중 무역전쟁,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기존 고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장지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매입 시 오히려 이자를 내는 채권으로, 경기불황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수요가 증가한다"며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위험프리미엄이 비교적 낮은 독일·일본 국채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한 국채로 인정받는 독일, 스위스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일본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가 지난 7월 각각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하락폭을 키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

참고로, 국내 국고채 금리는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달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고 3년물은 지난 8월19일 1.093%까지 떨어졌고, 국고5년(1.127%), 국고10년(1.172%), 국고30년물(1.142%)도 지난달 16일 모두 최저치를 썼다.

장 선임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증가로 각종 부작용이 예고되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국채 금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보호조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시중은행에서 단기 국채로 운용하는 MMF(머니마켓펀드) 상품의 이자율 지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모든 운용회사가 신규판매를 중단했다.


연기금이나 생명보험, 퇴직연금 회사의 운용수익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기관투자자들이 구조화상품이나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장 선임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인 DLS의 만기를 앞두고 독일 마이너스 금리 국채 증가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투자자들의 보호 조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CB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길 때 적용되는 예치금리(Deposit facility)를 기존 -0.4%에서 -0.5%로 인하했다.

ECB는 유로화의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 저성장, 저물가 상태의 디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2014년 6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정책금리를 제로금리(0%)로 뒀지만,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일정금액을 맡겨야 하는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 ECB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충분히 가까운 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현재 수준 또는 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럽의 인플레이션율은 1.7% 수준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금리가 0% 이하인 상태로, 예금이나 채권 매입 시 이자를 받는 대신 오히려 보관료 개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예금의 일부를 예치하는데, 이 예치금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낮추면 은행들이 자금을 예치하는 대신 가계와 기업에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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