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간 직원, 음주 후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일까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 2019.09.13 09:00

[the L] 법원 "업무와 관계없는 술자리, 업무상재해 아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해외 출장 중 업무와 관계없는 술자리를 가진 후 갑작스레 숨진 회사원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안모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회사의 영업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안씨는 2015년 2월부터 중국 지사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해왔다. 그는 회사가 중국에 신축하는 건물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안씨는 2016년 8월 중국 출장 중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문모씨 외 1명과 술을 마신 후 함께 근처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해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안씨 유족들은 안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사인이 다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후 유족들은 다시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불복한 안씨 유족들은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족들은 "안씨가 잦은 출장 및 정해진 휴무가 없는 불규칙적인 상시 근무 등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태에서 신축공사 관계자인 문씨와 업무수행차 가진 술자리에서 음주로 질병이 유발되거나 기존 질병이 악화돼 사망했다"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씨와의 술자리를 업무수행차 가진 술자리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안씨는 문씨 및 문씨의 한족 지인과 술을 마셨는데 한족 지인은 안씨와 업무상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술자리가 이뤄진 시점이 토요일 저녁 시간대였던 점, 술을 마신 후 일행이 다함께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술자리가 업무상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안씨가 문씨에게 추가 공사를 진행하도록 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당시 공사 진행 중이던 건물은 준공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문씨와 공사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비용, 시점, 범위 등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술자리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의 일환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동종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안씨가 수행한 업무와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장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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